"작업을 마치고 나오면 무더위가 오히려 따뜻하고 기분좋게 느껴집니다" 신라호텔 아트룸의 아이스카버(얼음조각가) 김무조(39세)씨. 그는 낮기온이 섭씨 30도를 넘나드는 한여름에도 늘상 한기(寒氣)에 시달린다. 얼음 조각품이 녹지 않도록 하루 종일 영하 8도의 대형 냉동고 안에서 작업을 하기 때문이다. 입에선 흰 김이 나오고 손끝도 시려오지만 사각의 얼음덩어리가 차츰 형상을 드러내는 걸 보면 추위도 잊고 조각에 빠져든다. 찬기운이 스며들어 평소에도 손가락이 딱딱하게 굳어 있지만 뽀얀 얼음가루 사이로 투명한 조각이 매혹적 자태를 드러낼 때 느끼는 희열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그는 대학에서 목공예를 전공한 후 곧바로 신라호텔에 취직, 88올림픽때부터 얼음조각을 만들기 시작했다. 어느새 13년째 한 길을 걷고 있다. 하루 평균 3~4개 작품을 쉼없이 조각해 왔으니 지금까지 조각한 작품수만도 족히 1만여개는 넘을듯 싶다. 그에게 가장 애석한 일은 소중한 작품들을 소장할 수 없다는 것. 하지만 "안타깝기는 해도 녹아 형체도 없이 사라지는게 얼음조각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의미를 부여한다. 이 때문에 남들 같으면 권태기를 느낄만한 세월을 한 직업에 종사했지만 아직도 하루 하루의 일상이 재미있고 신이 난다고 한다. 김씨는 얼음조각을 직업으로 갖기 원하는 사람들에겐 항상 "해볼만한 일"이라고 적극 추천한다. 지금까지 기억에 가장 깊게 남는 작품은 1990년 겨울 신라호텔 뒷뜰에 만들었던 대형 다보탑. 높이가 7m나 됐던 이 탑은 가로 50cm, 세로 1m, 높이 25cm 짜리 얼음 1백50여장을 쌓아서 만들었다. 신라호텔 아트룸 동료 3명과 함께 꼬박 1주일이 걸렸다고 한다. 작품이 완성됐을땐 그 웅장함에 스스로도 놀랐고 야외 작품이라 잘 녹지도 않아 겨울내내 호텔을 찾은 고객들로부터 찬사를 받았다고 회상한다. 또 방한 때마다 신라호텔에 묵었던 미국의 팝가수 마이클 잭슨이 그가 제작한 흉상을 보고 "너무 닮았다"고 흥분하며 석고로 떠서 미국으로 가지고 가고 싶다고 했던 기억도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 그는 이때 마이클 잭슨의 얼굴특징을 파악하기 위해 인터넷을 이용했다. 수십장의 사진을 뽑아 이목구비의 선을 살피고 머릿속에서 입체적으로 재구성하는 정성을 기울였다. 김씨는 실력만큼 경력도 화려하다. 그동안 수많은 국내외 대회에 참가, 굵직굵직한 상을 수상했다. 최근에는 지난 10일 코엑스에서 막을 내린 국제요리축제에서 금상을 받았다. 지난해 대상수상에 이어 2년 연속 쾌거를 올린 것. 또 지난해 1월 프랑스 리옹에서 열린 세계 제과경연대회 얼음조각 부문에 한국대표로 참가하기도 했다. 장유택 기자 chang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