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휘창 < 서울대 국제경영학 교수 > 니제르에선 국민 85%가 문맹이고,짐바브웨에선 잠재 노동력의 60%가 실업상태이며,시에라 리온은 평균 수명이 37년 4개월,에티오피아는 인구의 27%만이 식수를 구할 수 있다. 얼마 전 뉴스위크지가 보도한 세계 최빈국들의 현주소다. 유감스럽게도 여기에는 북한도 뽑혔다. 식량문제가 심각하고,세계에서 유일하게 국민에게 인터넷 접속이 허용되지 않는 곳이라 한다. 이러한 최악의 나라들에서 재미있는 공통점을 도출할 수 있다. 세계화를 하지 않는 폐쇄사회라는 것이다. 어느 컨설팅회사의 연구보고에 따르면 지난 20년간 34개국의 세계화를 측정한 결과 세계화 속도가 빠른 나라일수록 경제성장 속도도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이와 유사한 연구는 많이 있다. 그러나 아직도 여기 저기서 반(反)세계화를 부르짖는 NGO의 목소리가 높다. 이들은 환경,인권에서 맥도날드까지 사회 전반적인 영역에 걸쳐 반대하면서 폭력을 동원한 시위로 전세계를 불안하게 하고 있다. 세계화는 과연 좋은 것인가,나쁜 것인가? 한국의 경우를 살펴보자.우리는 최근 세계화와 관련해 두차례의 경제위기를 맞았다. 하나는 1997년의 금융 위기이고 또 하나는 오늘날의 정보통신산업 위기이다. 이 두 경우를 잘 살펴보면 중요한 시사점을 발견할 수 있다.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는 홍콩에서부터 시작됐다. 그 해 7월1일 홍콩이 중국에 반환될 때 아시아 금융센터인 홍콩에 투자하던 투자가들이 자본을 움직여 홍콩의 주식시장이 심한 몸살을 앓기 시작하면서 금융위기가 주변국가로 퍼지게 된다. 동남아를 떠돌던 홍콩형 금융 바이러스가 태국 인도네시아 한국을 차례로 쓰러뜨리는데,홍콩 싱가포르 말레이시아는 살아 남았다.중요한 사실은 살아 남은 국가들은 세계화가 잘 된 경제체제를 갖고 있었다.세계화가 경제위기를 불러 온 것이 아니라,오히려 세계화가 잘 됐기 때문에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이다. 오늘날 또 한차례의 경제위기는 미국에서부터 시작됐다. 미국 정보통신산업 침체로 인한 미국발 경기침체 바이러스가 동아시아에 떠돌고 있다. 1990년 후반 정보통신산업 성장을 기반으로 한 미국의 경제호황은 IMF 경제위기에 시달렸던 아시아 국가들의 대미 수출증가에 큰 도움을 주었으나, 오늘날에는 거꾸로 미국이 경기침체를 수출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지난 달 수출실적이 1년 전에 비해 20%가 줄었다. 수입 역시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경기침체기에 들어갔다. 많은 사람들이 현재의 경기침체에 대해 세계경제 환경을 탓하고 있다. 심지어 우리가 세계화를 너무 많이 해서 국제환경 변화에 매우 취약하다는 반세계화 주장까지 하는 사람이 있다. 잘못된 생각이다. 작은 나라가 살아 남는 길은 세계화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다. 한국경제의 문제는 세계화를 너무 많이 해서가 아니라 세계화를 편중적으로 했기 때문이다. IMF 경제위기는 해외로부터의 직접투자 환경을 건실하게 하지 않고 자본시장을 성급하게 개방했던 것이 원인이고,오늘날의 문제는 수출에만,그리고 너무 정보통신산업에만 의존했기 때문이다. 수출뿐만 아니라 외국에의 직접투자 등 해외진출 전략을 다각화하고 주력산업도 다양화해야 한다. 또한 미국 등 일부 국가에만 의존하지 말고 여러 국가로 다변화해야 한다. 자국 상황 또는 세계경제 상황이 나빠져도 세계화를 잘 하는 기업은 언제나 번영한다. 세계경제 둔화에도 불구하고 포천지의 글로벌 5백대 기업은 작년 평균 매출이 10% 이상,평균 이익이 20% 이상 성장했다. 우리 주변의 많은 사람들은 아직도 세계경제 먹구름이 걷히기만을 학수고대하고 있다. 비가 많이 온다고 비가 그치기만을 기다리는 것과 같다. 하늘만 탓할 것이 아니라,안전대책을 우리가 직접 마련해야 한다. 세계화 시대에 세계화가 좋으냐,안 좋으냐 하는 논쟁은 비생산적이다. 논쟁의 핵심은 선악의 기준이 아니라 선택의 기준이어야 한다. 세계화를 통해 우리는 선택의 폭을 넓혀야 한다. 세계화는 많이 할수록 좋다. 다만 한 쪽으로 치우칠 것이 아니라,전략 산업 지역 등에 있어 선택의 폭을 넓혀야 한다. cmoon@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