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철평 < 한국무역대리점협회 회장chin@nkt.co.kr > 2002년 한·일 월드컵을 앞두고 붐 조성이 한창이다. 올해를 '한국 방문의 해'로 정하고 '관광 한국'홍보를 위한 여러 이벤트들이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길고 추운 겨울과 장마를 동반한 여름으로 인해 휴양지로서 자연조건이 좋은 동남아시아 나라들에 비해 관광객 유치에 불리하다. 따라서 그동안 무심코 지나쳐 왔던 우리의 독특한 문화를 발굴해야 한다. 사소한 관광자원이라도 그냥 지나쳐 버리지 않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태국 방콕에는 더러운 강줄기에 수천명의 선상족이 살고 있으며 선상시장이 잘 보존돼 있다. 훌륭한 관광상품임에 틀림없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오히려 외국 관광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낯선 문화가 관광상품이 된 것이다. 남에게 항상 깨끗하고 정돈된 모습을 보여 주려고 하는 우리식 사고와는 크게 다르다. 독일에서는 독재자인 히틀러의 생가를 시립 아동도서관으로 보존,운영하고 있다. 폴란드에서도 아우슈비츠 유태인 수용소가 그 처참했던 과거사를 그대로 간직한 듯 음산한 모습으로 보존돼 역사 교육의 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들 시설은 관광객 유치에도 톡톡히 한 몫을 해내고 있다. 전직 대통령의 기념관 건립 문제를 둘러싸고 의견이 분분한 우리가 참고할 만한 사례가 아닌가 싶다. 한국은 1988년에 서울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했다. 그러나 그 올림픽경기장을 찾아가는 데도 지하철 '올림픽경기장'역이 아닌 '종합운동장'역에서 내려야 한다. 지명이나 명칭도 관광객의 기억을 되살릴 수 있도록 세심하게 배려돼야 하지 않을까. 한국 방문의 해를 맞아 우리 음식에 대한 홍보도 강화해야 한다. 한국을 대표하는 식품인 '김치'를 일본식 '기무치'와 차별화할 필요가 있다. '세계적'인 것만이 관광자원은 아니다. 우리 주변의 모든 것이 훌륭한 관광상품이 될 수 있다. 월드컵에 대비한 정부 차원의 대형 국책사업이 중요한 것은 물론이다. 그러나 국민 모두가 홍보요원으로 나서는 것 또한 이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우리의 따뜻한 마음이 담긴 온화한 미소와 인사말이 최고의 관광상품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