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엔 약세, 국내 증시 및 외국인 주식 순매도 등의 상승 요인을 흡수했다. 그러나 최근 변동성이 크게 줄어든 상태에서 시장 참여도 한산해 심리적으로 1,285∼1,290원의 박스권에 갇혀있다. 오후에도 방향성이나 모멘텀 없이 순간적인 분위기에 휘둘리는 장세에서 달러/엔 환율의 걸음에 주목할 수 밖에 없는 흐름이 예상된다. 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날보다 4.10원 오른 1,289.10원에 오전 거래를 마쳤다. 전날 하락폭에 약간 못 미친 정도로 회복하면서 1,290원에 재진입을 시도했다. 전날보다 2.50원 높은 1,287.50원으로 출발한 환율은 오름폭을 줄이며 1,286원까지 내려선 뒤 1,286원선에서 한동안 거래됐다. 전날 역외선물환(NDF)환율이 엔화 등락에 따라 혼조세를 거쳐 1,288/1,290원까지 오른 추세를 이어갔다. 이후 원화 약세 요인을 반영하며 점차 상승 무드를 탄 환율은 10시 44분 1,289.30원에 고점을 찍은 뒤 소폭 되밀려 1,288원선에서 탐색전을 펼쳤다. 금통위의 금리인하 직후 다시 오름세를 보이며 11시 50분경 1,289.50원까지 고점을 높인 뒤 되밀렸다. 개장초 아래쪽으로 밀어보려는 시도가 국내외 증시, 대규모 외국인 순매도 등으로 좌절되고 달러되사기(숏커버)가 나오면서 환율은 조금씩 거래범위를 높였다. 그러나 금융통화위원회의 금리 인하로 인해 증시가 희망을 더하고 외환당국의 물가에 대한 부담으로 환율 상승에 대한 거부감도 가질 것으로 예상돼 박스권은 굳어지는 표정이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시장 마인드가 1,280∼1,290원 범위에 묶여 있다"며 "방향이나 모멘텀을 찾아볼 수 없는 상황에서 달러/엔이 123.30엔으로 빠지면 1,285원까지 내리고 123.70∼123.80엔까지 오르면 1,292원까지 오를 여지가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금통위의 금리인하로 물가부담이 커지고 증시가 좋아질 것이란 기대로 추격 매수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역외세력은 개장초 '반짝 매수'를 보인 뒤 관망세로 돌아서 저가 매수에 대한 소극적인 자세를 유지했다. 현재로선 역외세력의 매수세를 기대하기 힘든 형편. 업체는 여전히 외환거래에 소극적인 모습을 띠면서 1,290원 근처에서는 네고물량을, 1,285원 언저리에서는 결제수요를 대기시켜 환율의 진폭을 제한시키고 있다. 달러/엔 환율은 낮 12시 5분 현재 123.54엔을 가리키고 있다. 전날 뉴욕장에서 3주중 최저치인 122.84엔까지 미끄러졌다가 123.57엔으로 상승 마감한 바 있는 달러/엔은 개장초 구로다 재무관이 "엔화 가치는 펀더멘털을 반영해야 하며 일본은행의 추가 금융완화를 기대한다"는 발언에도 무표정하게 123.40엔대로 내려섰다. 그러나 닛케이지수가 일본 수출기업 주가가 크게 하락하면서 1만2,000선이 붕괴되자 오름세로 잠시 반전했다가 다시 보합권으로 회귀했다. 국내 증시의 외국인은 사흘째 주식 순매도를 이으면서 낮 12시 5분 현재 거래소와 코스닥시장에서 각각 562억원, 31억원의 매도 우위를 기록중이다. 심리적인 환율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