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할증 발행 '빛좋은 개살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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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침체에도 불구하고 최근 대우증권이 일부 코스닥 기업의 프라이머리CBO(채권담보부증권)에 포함된 전환사채(CB)의 전환가격을 시가보다 높은 가격으로 인수,해당 기업의 주가가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번 프라이머리CBO에 풀로 구성된 CB가 향후 주가하락에 대한 리픽싱(전환가 조정) 조건은 갖추고 있으나 실제론 당초 제시된 할증률이 반영되지 않아 사실상 '빛 좋은 개살구'인 것으로 나타났다.
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대우증권은 세원텔레콤 네스테크 예당엔터테인먼트 등 11개 코스닥 등록회사가 발행한 5백55억원 규모의 CB를 시가보다 높게 전환할 수 있는 조건으로 인수했다.
대우증권은 지난 5월 기술신용보증기금과 함께 기업선정에 착수,코스닥 등록회사 14개와 1백72개의 비상장·비등록 벤처기업이 발행한 사채를 인수하고 대금 3천29억원을 10일 납입키로 했다.
프라이머리CBO란 벤처기업이 자금조달을 위해 발행한 사채를 증권사가 인수해 이를 유동화전문회사(SPC)에 매각하고 SPC가 이를 기초로 발행하는 채권담보부증권이다.
해당기업 투자자들은 최근 불투명한 주식시장 상황을 감안할때 이같은 CB 할증발행을 호재라고 받아들이고 있는 분위기다.
전환가가 높게 결정될 경우 향후 전환상장 물량이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주가전망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하는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가로수닷컴의 경우 지난달 31일 전환사채의 전환가를 시가보다 10.55% 할증된 3천6백원으로 적용한다는 공시를 낸뒤 4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그렇지만 '빛 좋은 개살구'에 지나지 않다는 비판이 적지않다.
이들 기업들이 할증발행한 CB가 향후 주가급락을 반영하는 리픽싱 조건은 갖추고 있으나 여기에 할증률은 적용하지 않았다는 것.이에 따라 발행후 1년후 정작 주식으로 상장될 시기에는 당초 약속된 할증률은 온데간데 없어져 뻔하게 주가하락을 바라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대부분의 등록기업들은 이같은 모순 때문에 CB 등을 자체적으로 발행할 경우 리픽싱 조건에 할증률도 옵션으로 첨부하고 있다.
아이젠텍의 경우 지난 6일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20%의 프리미엄을 주고 발행하면서 리픽싱 조건에 20%의 할증률을 그대로 적용해 이런 문제점을 미연에 방지했다.
대우증권의 이택규 IB3팀장도 "이같은 할증발행이 사실상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은 주간사도 인정하고 있다"며 "발행사측도 이런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만 투자자의 시선을 의식해 막무가내로 요구해 어쩔 수가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우증권은 최근 주가급락으로 전환가가 하락조정됨에 따라 코스닥 기업들이 불만을 표명해 당초 지난달말 발행할 계획이던 프라이머리CBO의 발행일정을 이달 8일로 늦췄었다.
임상택 기자 lim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