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1일자) 그 정도로 줄이는 게 고작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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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여야 3당이 모처럼 경제정책협의회를 가졌지만 발표된 합의내용은 당초 기대와는 달리 한마디로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경기를 살리고 기업의욕을 북돋우기 위한 기업규제 완화대책중 무엇 하나 시원하게 풀린 것이 눈에 띄지 않기 때문이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고나 할까.
심각한 경제난을 타개하기 위해 무엇보다 먼저 기업규제에 대한 정부당국의 획기적인 발상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경제력집중 억제를 이유로 시행돼 온 30대그룹 지정제도만 해도 그렇다.
우리는 그동안 기회 있을 때마다 폐지하라고 주장했지만 이번에도 기업집단 지정기준을 종전의 자산규모 순에서 일정액 이상의 자산과 매출로 바꿔 규제대상 기업수를 줄일뿐 기본골격은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고 한다.
우리는 현행 대규모 기업집단 지정제도의 본질적인 문제점은 자산규모 순으로 지정하느냐 아니냐,또는 규제대상이 30개냐 20개냐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국내 대기업 규모가 거대한 다국적 기업들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수준임을 감안하면 대기업이라고 규제하는 것은 글로벌 경쟁시대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더구나 같은 대기업이라고 하지만 최상위 4~5개 그룹과 다른 대기업들은 규모나 내용면에서 엄청나게 차이가 나는데도 일률적으로 취급하는 것은 지나치게 자의적인 행정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현실이 이러니 어떻게 기업의욕이 살아날 수 있으며 기업투자가 활발하게 이뤄지기를 바랄 수 있겠는가.
집단소송제 도입도 무리하기는 마찬가지다.
정부당국은 경영의 투명성을 확실하게 하기 위한 조치라고 강변하지만 소송남발로 기업의욕을 꺽고 최악의 경우 멀쩡한 기업이 도산하는 사태마저 우려되는 마당에 경영의 투명성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아무리 취지가 좋다고 해도 현실에 맞지 않는 정책은 경제를 어렵게 하고 국민들의 부담만 가중 시킨다는 사실을 관계당국은 그토록 숱한 시행착오를 겪고서도 아직 깨닫지 못하고 있으니 답답하기만 하다.
영업수익으로 금융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기업에 한해 부채비율 2백% 가이드라인을 적용받지 않도록 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지만 이것도 정부가 일률적으로 조정할 것이 아니라 거래은행이 자율적으로 판단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아뭏든 입으로는 시장자율을 말하고 경제난을 걱정하면서 기업규제 철폐에는 이렇게 인색하니 정말 걱정이다.
규제를 풀어야 기업의욕이 살아나고 경제난을 헤쳐나갈 실마리가 풀리는데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