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고채 금리가 사상 최저치를 경신하면서 연 4%대 시대가 열렸다. 투신 은행 증권사 채권딜링룸마다 10일 개장초부터 "야후! 메신저"의 요란한 벨소리와 함께 각종 채권의 매수.매도 호가가 쉴새 없이 떴다. 한국은행의 콜금리 인하와 더불어 채권 가격이 급등하는 "랠리"가 재연된 것이다. 이번 "랠리(강세장)"는 콜금리(4.5%) 수준에 근접하는 4.7~4.8%선까지 더 내려갈 것이란 전망이 많다. 은행에서 빠져 나온 뭉칫돈이 투신권으로 밀려가면서 콜금리 인하→은행 수신금리 인하→투신권 자금유입→채권금리 하락(채권 가격 급등)이란 시나리오 아래 '큰 장'이 왔다는 분위기다. 두 달 연속 콜금리를 내린 한국은행이 9월 이후 또 내리는 '3단계 인하' 시나리오도 점쳐지고 있다. 그러나 시장금리가 4%대에 안착할지에 대해선 논란이 많다. ◇ 2월과는 다르다 =채권 수급, 정책 의지, 실물경제 등이 모두 채권 가격 상승에 우호적이란 평가다. 지난 2월 국고채 금리가 연 5.0%(장중 4.99%)로 떨어졌던 '2월 랠리'보다 훨씬 우호적이라는 것이다. 특히 경기 침체가 채권시장에 불을 붙이고 있는 상황이다. 기업들의 투자수요 감소가 채권 공급을 줄이고 풍부한 유동성이 채권 시세를 밀어올릴 것이란 분석이다. 국민은행 홍법종 자금증권부 과장은 "어제 오늘(10일) 급락하긴 했지만 지난 2월보다는 상당히 안정적인 모습"이라고 말했다. 2월엔 전철환 한은 총재의 투기 경고 발언이 나와 금리가 바로 급반등했다. 하지만 지금은 '소금'을 뿌릴 이유가 없다는 분석이다. ◇ 과열 아니다 =채권시장에선 요즘 '버블, 폭탄 돌리기, 오버슈팅' 등 시장 과열을 경계하는 용어들이 들리지 않는다. 특히 채권시장 큰손인 투신사들의 보유채권 만기가 2월엔 평균 2년이었지만 지금은 14개월로 짧아져 몸집이 가벼운 상태다. 게다가 수탁고는 연일 급증하고 있다. 또 비과세 고수익고위험 펀드가 발매되면 연말까지 4조원 가량 자금 유입이 예상되고 있다. 투기등급 회사채 소화와 함께 국고채 매수 여력도 확대되는 셈이다. 삼성투신운용 박성진 차장은 "4.4분기 최대 현안인 만기 회사채 소화를 위해 저금리 유지라는 정책 기조를 바꾸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 은행권 움직임 =은행들은 지난 2월 한차례 덴 경험이 있어 채권 매수에는 다소 조심스럽지만 일부 은행들은 '금리 따먹기'에도 적극 나섰다. 시중은행 한 딜러는 "은행들은 콜자금을 연 4.35%로 빌릴 수 있어 이 돈으로 통안채나 국고채 등을 사서 차익을 내는 재정거래 전략도 구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외환은행 자금부 남궁원 과장은 "은행 예금이 투신사 쪽으로 빠져 신규 매수 여력이 크지 않아 대세 하락을 확인한 뒤 적극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흥은행 구종화 과장은 "속도는 빠르지 않더라도 금리가 더 떨어질 전망이어서 상대적으로 수익이 큰 5년만기 국고채 등 장기채 중심으로 사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 짭짤한 수익 =이달 들어서만 국고채 금리가 60bp(0.60%포인트) 가까이 급락해 기관들은 열흘새 1백억원당 약 1억5천만원을 챙겼다. 수조원의 채권을 굴리는 채권시장의 '빅3'인 농협 국민 조흥은행 등은 벌써 수백억원을 번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채권매매 손실로 좌불안석이던 채권 딜러들도 어깨를 펴게 됐다. 증권회사의 계약직인 채권 브로커팀(중개인)들도 팀당 6억원 정도의 수수료 수입중 회사몫과 경비 세금 등을 빼도 이달에만 1인당 3천만원 안팎의 수입을 챙겼다는 계산이다. 오형규.차병석.박민하 기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