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개월전만 하더라도 미국의 정보기술(IT) 기업체 최고경영자(CEO)들이 아시아 지역을 방문했을 때 전한 메시지는 희망적인 톤이었다. 이들은 "미국과 유럽의 IT 매출 성장이 둔화되더라도 아시아 지역은 여전히 감탄할만한 실적을 내며 꿋꿋히 버티고 있다"며 추켜세우곤 했다. 하지만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다. 세계적인 경기둔화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대부분 주요 IT업체들에 있어 거의 유일한 "버팀목 "이었던 아시아 시장도 이제 매출 성장세가 무너지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예외는 있다. 중국의 경우는 이러한 추세를 거스르고 있다. 비록 매출 성장이 둔화세를 타고 있긴 하지만 그 둔화폭은 아시아의 타지역과는 비교할 수 없이 좁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MS) IBM EMC 등 주요 IT기업들이 발표한 경영 실적을 보면 아시아 지역은 미국과 유럽의 전철을 그대로 밟고 있다. 세계 최대 네트웍장비업체 시스코시스템스의 아.태 지역 담당 고든 애슬즈 사장은 "누구도 투자지출 감소의 영향권에서 벗어날 수는 없는 것 같다"면서 "장기적으로 볼 때 아시아 시장의 전망은 여전히 밝지만 현재의 둔화세는 세계적인 현상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아.태 지역의 IT부문 지출 증가율은 지난해 20%에서 올해 8%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IBM의 경우 얼마전 발표한 2.4분기 아.태 지역 매출이 지난해 동기에 비해 2% 줄어들었다. 이는 부분적으로는 "강한 달러" 탓이었다. 시스코도 지난 4월말을 끝으로 하는 3.4분기 아.태지역 매출이 5.3%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MS나 데이터 스토리지 관리업체인 EMC 등도 모두 최근 들어 아.태 지역 실적이 둔화세를 타고 있다. 그런데 어째서 중국만은 다를까. 고속성장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는 중국은 IT부문에서도 상대적으로 경기둔화의 파장을 덜 받고 있다. 시장조사업체인 가트너그룹의 애널리스트 이언 버트램은 이에 대해 "중국의 IT 매출이 그다지 타격을 받지 않은 것은 아직도 엄청난 규모의 인프라 투자가 진행중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세계 1위의 데이터베이스 전문 소프트웨어업체 오라클은 향후 2년간 중국 시장에서의 매출 증가율이 70%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최근 수년간의 50% 증가율에 비해서도 엄청난 가속도가 붙은 예상치다. 또 중국 전체의 IT관련 지출은 지난해부터 오는 2004년까지의 기간동안 연간 약 26%의 증가율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기간 일본을 포함한 아.태 지역의 평균 증가율 예상치는 11%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