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탄생 20년] PC혁명...'삶의 모습' 확 바꿨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20세기에 등장한 과학기술분야 발명품 가운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제품으로는 단연 컴퓨터가 꼽힌다.
컴퓨터는 업무 교육 오락 생활 등 거의 전 분야에서 인간생활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이 사람이 아닌 PC를 "올해의 인물(Man of the Year)"(1983년도)로 선정했던 사실에서도 PC의 중요성은 충분히 입증되고도 남는다.
미국의 조사기관인 IDC에 따르면 지금까지 판매된 PC는 모두 8억3천5백만대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사용중인 PC는 5억대 정도로 이는 전세계에서 운행중인 자동차 대수와 맞먹는다.
미국의 경우 63%의 가정이 PC를 갖고 있다.
PC를 이용해 미국인들이 하루에 보내는 e메일은 무려 1백40억통.
미국에서 하루에 발송되는 우편물(6억7천만통)보다 20배나 많다.
미국의 대형컴퓨터업체인 IBM이 PC를 처음 선보인 것은 지난 81년 8월 12일.
애플컴퓨터 코모도어 오스본 등이 장악하고 있던 소형컴퓨터 시장에 후발주자로 뛰어든 IBM은 1년여의 개발작업 끝에 "IBM 5150 개인용 컴퓨터"란 이름의 제품을 들고 나왔다.
컴팩컴퓨터 창업자의 한사람으로 현재 퀘스티아 미디어 회장을 맡고 있는 로드 캐니언은 지난 8일 미국 산호세 테크뮤지엄에서 열린 PC 20주년 기념식에서 "이 제품을 보는 순간 엄청나게 중요한 제품이란 생각이 들었다.세상을 바꿀수 있을 것이란 확신이 생겼다"고 회고했다.
IBM PC가 등장하면서 컴퓨터는 본격적으로 일반 가정에 보급되기 시작했다.
"집에 컴퓨터를 들여놓고 싶어할 것이라고 볼 이유는 전혀 없다"고 말한 디지털 이퀴프먼트 창업자 켄 올슨의 말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
(디지털 이퀴프먼트는 마이크로컴퓨터 분야에서 뛰어난 실적을 올렸지만 결국 PC를 발판으로 성장한 후발주자 컴팩에 인수됐다)
PC는 기업의 업무 효율을 높였을 뿐만 아니라 비즈니스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특히 90년대 후반들어 널리 보급된 인터넷과 결합되면서 새로운 비즈니스를 낳았을뿐 아니라 신경제란 이름의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을 창출했다.
PC는 사람들이 일하고 생활하고 공부하고 노는 모습을 완전히 바꾼 것이다.
IBM PC가 세상을 바꿀 수 있었던 힘은 어디서 나온 것인가.
최초의 PC가 아니면서도 선발 주자를 물리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인가.
그 해답은 IBM이 PC를 개발하면서 채택한 전략에 담겨있다.
IBM은 PC 개발에 나서면서 색다른 방법으로 접근했다.
필요한 부품을 이미 시장에 나와 있는 것들을 쓰기로 한 것이다.
PC의 핵심인 중앙연산처리장치(CPU)는 인텔의 8080칩을 사용하고 PC를 작동시키는 기본 소프트웨어인 운영체제(OS)는 마이크로소프트(MS) 제품(PC-DOS,나중에 윈도로 발전)을 사용하기로 했다.
이것이 IBM PC가 단숨에 PC업계를 평정할 수 있었던 힘의 원천인 "오픈 아키텍처" 전략이다.
또 이는 당시 신생기업이던 MS와 인텔을 세계 최고 기업으로 성장시킨 발판이기도 했다.
"오픈 아키텍처"는 기술 내용을 공개하는 것.
따라서 어느 회사라도 IBM PC에 사용된 것과 같은 부품을 사서 똑같은 기능의 제품을 만들어 낼 수 있게 됐다.
이런 전략의 결과 IBM PC와 같은 기능을 가진 제품(IBM 호환기종)을 만드는 회사들이 잇따라 생겨나면서 IBM PC는 단숨에 PC 시장의 주류로 자리잡게 됐다.
지금까지 IBM PC는 8억여대가 판매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는 전체 PC의 90%를 넘는다.
초기에 나왔던 PC들은 대부분 사라지고 애플컴퓨터(매킨토시)만이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실리콘밸리=정건수 특파원 ks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