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금융읽기] 경기부양과 원화 강세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환율이 다시 불안하다.
한동안 1천3백원 안팎에서로 움직이던 원화 환율이 지난 주부터는 1천2백80원대로 내려 앉았다.
환율변동폭도 확대돼 기업 입장에서는 이중고(二重苦)가 가중되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국제적으로 달러고(高) 시정 움직임속에 엔화 환율이 불안한 것이 가장 큰 요인이다.
최근 들어 엔화 환율과 원화 환율과의 동조화 계수는 1·4분기에 이어 0.90정도까지 다시 높아졌다.
대내적으로는 여름 휴가철에 외환시장이 엷어진 상황에서 정부의 원화 환율에 대한 입장이 명확지 못한 것도 원인이다.
특히 최대현안인 수출증대를 위해 원화 환율이 어느 정도 유지될 것으로 보았던 시장인식과 달리 산자부 장관의 지나치게 낮은 적정환율 발언이 외환시장의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잎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일단 엔화 환율의 영향력은 갈수록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미국과 일본이 처한 여건을 감안할 때 엔화 환율이 1백20엔대에서 유지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반면 외화수급요인이 환율결정요인으로 부각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올해말까지 예정된 국내기업과 금융기관들의 외자유치물량과 갈수록 기회비용이 높아지고 있는 기업들의 외화보유물량이 지속적인 환율하락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앞으로 원화 강세가 지속될 경우 정부가 바라는 수출증대와 경기부양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는 점이다.
많은 논란과 부작용을 무릅쓰고 현재 정부는 생각할 수 있는 모든 부양수단을 동원한 상태다.
특히 수출증대를 위해 여지(room)가 없는 속에서도 연일 관련 기관과 기업을 독려하고 대책회의를 갖고 있다.
일부 기업의 경우 정부의 이런 수출독려에 대해 부담을 호소할 정도로 그 어느 때보다 정부의 의지가 강한 것만은 사실이다.
정부의 의지가 이렇다면 최근의 환율움직임에 대해서는 한번쯤은 생각해 봐야 한다.
과연 원화 강세를 그대로 수용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일부에서는 '무슨 얘기냐'하는 사람도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지난주 정부가 환율을 안정시키기 위해 노력한 흔적을 보였기 때문이다.
문제는 사후적인 구두개입만으로는 너무 소극적이라는 점이다.
설령 달러 매입을 통해 적극적으로 환율을 안정시킨다 하더라도 인플레에 따른 '강제저축(compulsory saving)'으로 수출과 경기부양효과가 제약되는 것은 마찬가지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는 정부의 의지에 맞춰 환율을 안정시킬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외자정책을 우리 경제상황에 맞게 수정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외화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고 시스템 위기를 극복하는 단계다.
무조건 외자유치가 좋은 것이 아니라 경제체질을 개선하는데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외자만 '선(善)'이라는 시각에서 외자정책을 재점검해야 할 시점이다.
97년 10월에 개설한 원·엔 직거래 시장을 활성화시키는 것도 시급한 과제다.
그동안 정부는 원·엔 시장만 개설해 놓고 이를 활성화시키는 노력에는 소홀했다고 볼 수 있다.
앞으로 기업들의 보유외화통화를 다변화시켜 엔화와의 동조화 정도를 줄여 나가야 환율예측력이 높아질 수 있고 기업들의 부담도 줄일 수 것으로 예상된다.
정책당국자의 환율에 대한 섣부른 언급도 자제돼야 한다.
국내외환시장처럼 폭과 깊이가 좁은 상태에서는 아무리 '개인적인 견해'라는 단서를 달고 언급한다 하더라도 외환시장에 미치는 충격은 크다.
지난번 산자부 장관의 적정환율에 대한 발언을 단순히 '해프닝'으로 넘기기에는 그것이 외환시장에 남긴 여운을 감안할 때 뒷맛이 개운치 않은 것이 사실이다.
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