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에 '사상 최고의 실적'을 올렸던 기업들은 증시에서도 '가치주' 열풍의 주역으로 각광받고 있다. 이들 '가치주'는 '사상 최고의 실적'에 걸맞게 기록적인 주가 상승률로 '성장주'의 공백을 메우며 증시를 이끌고 있다. '태평양 칩'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낸 태평양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회사의 주가는 올들어 지난 10일까지 무려 1백73.5%나 올랐다. 같은 기간 종합주가지수 상승률(6.6%)보다 25배 이상 더 오른 셈이다. 지난 3일에는 9만2천5백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갈아치우기도 했다. 신세계도 지난 7일 사상 최고가에 1천원 모자란 10만8천원까지 오르는 등 올들어 1백14%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경기회복 전망이 불투명해짐에 따라 최근 반도체 등 IT(정보기술)주에 쏠렸던 투자자들의 관심이 시간이 갈수록 '가치주' 쪽으로 쏠릴 것이라며 하반기에도 또 한차례의 '가치주' 랠리가 펼쳐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성주 대우증권 연구원은 "장기적으로 보면 주가는 역시 '실적'이라는 펀더멘털을 반영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김 연구원은 "그동안 많이 올랐던 가치주는 후발주를 이끌며 더 오를 것이고 오르지 못했거나 조정을 받았던 가치주도 시장의 관심이 쏠리는 순간 강한 탄력을 보이면서 결국은 제자리를 찾아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사상 최고의 실적'을 냈다 해도 '묻지마'식 투자는 곤란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황창중 LG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이같은 실적 호전이 단발성으로 끝나는 것인지 연속성을 가진 것인지를 잘 살펴 투자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