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2 00:40
수정2006.04.02 00:42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회장은 최근 세계 최대인 자산규모 2백30억달러를 자랑하는 빌게이츠재단에 20억달러를 추가로 출연했다.
의료와 교육활동에 관심이 많은 이 자선재단의 하루 기부금만 3백만달러(약 40억원)에 이를 정도다.
나스닥 거품붕괴라는 어려운 상황에도 빌 게이츠 같은 정보통신(IT) 거부들의 자선활동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미국인들은 이를 상류층의 임무인 '노블리스 오블리제' 개념으로 이해한다.
그래서 이런 기업인들을 누구보다 존경한다.
재미난 것은 요즘 IT 거부들의 자선방식이 옛날과 달라졌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자선단체에 돈을 기부하는 게 전부였으나 요즘에는 직접 펀드를 만들어 기업체에 투자를 한다.
리스크를 갖고 공격적으로 활동한다는 점에서 이른바 '벤처자선(Venture Philanthropy)'이라고 불린다.
장래성은 있으나 경영상태가 어려운 회사를 직접 사서 자금과 경영기술을 지원해주며 회사를 키워 여기서 나오는 이익금으로 좋은 일을 한다는 구상이다.
직원들의 임금을 올려 주고 근무여건을 향상시켜 줌은 물론이다.
대표적인 벤처자선가는 벤&제리라는 벤처기업의 창업자인 벤 코헨.회사를 팔아 마련한 자금(3억2천6백만달러)으로 투자펀드를 만든 뒤 이 자금을 이용해 청소용품업체인 '선&어스'라는 회사를 샀다.
주주와 경영고문의 자격으로 회사경영에 참여하면서 종업원들을 모두 의료보험에 가입시켰고 임금도 23% 올려주었다.
이 회사에서 나오는 이익으로는 같은 방식으로 운영되는 회사를 매입해 키우는 등 '벤처자선의 선순환'을 이어간다는 생각이다.
벤처자선의 선구자는 배우 폴 뉴먼으로 알려져 있다.
영화로 번 돈으로 한 식품회사를 인수해 연간 1억달러 매출의 알짜배기 회사로 키운 뒤 그동안 여기서 나온 이익금으로 빈민층과 굶주리는 어린이돕기에 1억1천5백만달러를 써왔다.
나스닥은 지난해보다 반토막 이하로 떨어졌지만 벤처자선펀드는 17개로 2배 이상 늘어났다.
갑자기 떼돈을 벌었어도 미국의 거부들이 '졸부'라는 소리를 듣지 않는 이유이다.
뉴욕=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