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모델링의 세계] (14) '펜스터' 주상복합건물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156의 294 소재 지하1층 지상2층짜리 주상복합건물(대지면적 63.52평)을 소유하고 있는 박신환(33)씨.
도로변에 자리잡은 이 집은 지은 지 20년이 넘어 낡을 대로 낡았다.
우중충한 외관도 문제지만 무엇보다 냉·난방시설이 노후화돼 겨울에는 엄동설한에 떨고 여름엔 가마솥더위를 감내해야 했다.
가방공장으로 사용하던 지하실은 2년째 방치돼 있었다.
박씨는 당초 주변 아파트로 이사할 생각을 했다.
그러나 아파트 시세를 조사해 보고는 생각이 달라졌다.
40평형대 아파트 값은 3억6천만원선.
집을 3억원에 판다해도 6천만원이 모자랐다.
게다가 부모님은 손때가 묻은 집을 떠나기 싫어했다.
정든 이웃과 헤어지는 것도 탐탁지않게 여겼다.
박씨는 고심끝에 리모델링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박씨가 리모델링을 의뢰한 곳은 펜스터.
집을 둘러본 펜스터의 차정희 사장은 단순히 외관을 깔끔하게 단장하는 것에서 한발짝 나아가 임대수익을 올릴 수 있는 방을 많이 만들자는 의견을 냈다.
주변에 전·월세수요가 많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던 박씨는 이 의견에 흔쾌히 동의했다.
먼저 방치된 지하 1층은 독신자용 원룸 2가구로 개조했다.
1층은 비디오가게,미술학원,방 2개짜리 살림집이었던 곳.
미술학원과 살림집은 하나로 합쳐 방 3개짜리 살림집으로 바꾸었고 비디오가게는 말끔하게 새단장했다.
박씨 가족이 살던 3층은 테라스와 같은 죽은 공간을 활용해 25평에서 33평으로 활용면적을 늘렸다.
내부도 아파트형으로 개조해 편리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했다.
효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리모델링에 든 비용은 모두 1억4천5백만원.
집값은 3억원에서 4억원으로 1억원이 뛰었다.
리모델링 비용에 비하면 집값의 오름폭은 작은 편이었다.
그러나 임대수익이 크게 늘어 집의 가치를 충분히 높여줬다.
지하에선 전세 보증금 5천만원이 새로 들어왔다.
고작 72만원의 월세를 받던 1층에선 전세보증금 5천만원에 월세 1백40만원의 수입이 생겼다.
부모님의 만족,생활의 편리함,주변 사람들의 부러움은 개량화할 수 없는 또다른 효과다.
문제는 리모델링을 맡은 펜스터가 이 공사로 이익은커녕 손해를 보게 됐다는 점이다.
1억2천만원에 공사를 수주했지만 공사비를 1억4천5백만원이나 들인 것이다.
이처럼 공사비가 늘어난 것은 집의 겉뿐만 아니라 속도 썩어있었기 때문이다.
천장은 방수가 안되고 설비배관은 너무 낡아 교체가 불가피했다.
겉으로 드러난 부분만 고치자니 집이 '양복 입고 고무신 신은 꼴'이 될 판이었다.
차 사장은 고객과의 신뢰를 생각해 과감하게 손해를 감수키로 했다.
다행히 박씨가 이런 사정을 이해해 손해를 보전해주기로 했다.
그러나 차 사장은 계약전 건물 내외부를 정확히 진단,합리적인 선에서 수주금액을 정했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남았다.
차 사장은 "노후주택은 겉으로 보는 것보다 손볼 곳이 휠씬 많다는 것을 피부로 느꼈다"며 "노후주택을 리모델링할 때는 반드시 집주인에게 이런 현실을 사전에 설명해 수주금액에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