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와 장사는 재미있는 함수관계를 맺고 있다. 1994년 겨울 미국에선 고양이용 깔판이 공전의 히트를 쳤다. 뉴욕과 뉴저지 등에 고양이용 깔판을 공급하는 트윈카운티 그로서리(Twin County Grocery)사는 그해 겨울동안 1주일에 5천5백여개의 깔판을 팔았다. 평년의 3배 가까운 판매량이었다. 미국 중서부와 북동부 지역에 몰아닥친 지독한 폭설과 한파가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한 것. 눈과 혹한이 계속되면 얼음을 녹일 소금이 바닥난다. 그러면 현관문 앞이나 계단에는 빙판이 생겨 부상자가 곧잘 나온다. 이때 고양이가 웅크릴때 쓰는 깔판이 대안으로 떠올랐다. 처음에는 값싼 것이,나중에는 고가품까지 동나버렸다. 이후 고양이용 깔판 제조업체들은 생산·재고량을 조절하는 변수에 애완용 고양이의 증감추세와 함께 겨울 날씨 데이터를 추가해야 했다. 이와는 반대로 겨울 날씨가 따뜻해지면 제약회사들은 일단 긴장하게 된다. 겨울에 날씨가 따뜻해지면 대체로 감기에 걸릴 확률이 줄고 약을 찾는 사람들도 그만큼 감소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화씨를 기준으로 겨울철 온도가 3도 올라가면 감기약 판매량이 26% 준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엘니뇨로 인한 지구온난화도 기업들의 명암을 가르고 있다. 1998년 미국 플로리다주와 카리브해 연안국들을 강타한 허리케인 조지는 보험사로 하여금 33억달러(약 4조2천9백억원)에 달하는 보험금을 지출하게 했다. 그러나 한국에서 김치냉장고가 대박 상품으로 떠오른 데는 지구온난화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제2차 세계대전중 연합군측이 독일의 히틀러에게 치명적인 패배를 안겨준 노르망디 상륙작전도 날씨정보전의 승리였다는 게 전쟁사가들의 분석이다. 1944년5월 연합군 총사령관 아이젠하워는 미국의 기상학자 어빙 크릭(날씨서비스업체 플래널라이틱스 창업자)에게 자문해 그해 6월6일을 공격일로 잡았다. 독일군은 이날 악천후로 프랑스 노르망디 해안에 연합군이 상륙하긴 불가능하다고 믿었다. 결국 크릭의 날씨 전망은 적중했고 독일군은 결정타를 얻어맞았다. 날씨 정보의 중요성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기업들도 이젠 날씨정보 없이 시장에서 경쟁업체에 대응하기가 힘들게 됐다. 1년 앞의 날씨를 아는 기업과 모르는 기업은 생사의 갈림길에 설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강창동 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