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년 앞두고 무료서당운영 민병수 교수 > "강단을 떠난다고 해서 가르침이 끝나는 것은 아니지요. 멀리서 찾아오는 '노제자'들을 보면 힘을 얻습니다" 정년퇴임을 앞둔 노교수가 자비로 무료 서당을 개설,'훈장선생님'으로 나섰다. 9월1일자로 30여년간 몸담아온 강단을 떠나는 서울대 국문학과 민병수(64)교수가 그 주인공. 한시(漢詩)가 전공인 민 교수는 올 초 자비를 털어 사당역 근처에 자신의 호를 딴 청파(淸坡)서실을 개원,지난 3월 첫 학기 수업을 시작했다. 1개 대학생반과 4개 성인반에 훈장은 민 교수 한 명으로 운영된 지난 학기수강생은 모두 1백32명. 가르치는 일을 돈벌이로 삼을 수 없다는 생각에 무료로 강의했다. 1970년대 말부터 한시강독회 한시학회 등을 꾸려 왕성한 활동을 해 온 민 교수는 한국 한문학 1세대의 대표주자로 한시야말로 우리 고전문학의 진수라는 믿음 하나로 한문학 연구에 매달려 왔다. 지난 96년에는 "한창 연구할 나이에 원로 대접을 받기 싫다"며 학계 관행인 회갑 논문봉정을 고사하는 대신 '한국 한시사'등 4권의 연구서를 출간하고 한시를 영어로 옮긴 번역서를 내기도 했다. 민 교수는 "서실 운영비로 들어가는 1백만원 가까운 월세가 걱정되지만 당분간 무료강의를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정한영 기자 c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