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기업들이 주가 안정을 위해 사들인 자사주를 제3자인 해외펀드에 잇따라 매각하고 있다. 이는 장기투자를 하는 해외기관과의 제휴 가능성을 확보하면서 자사주 매입에 들어간 자금을 증시에 충격을 주지 않으면서 현금화하기 위한 것이다. 또 일부 업체의 경우 증권거래법 개정으로 보다 쉬워진 '자사주 소각'에 대한 소액주주들의 잠재적인 압박을 미리 피하기 위한 포석도 깔려 있는 것으로 증권가에서는 보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자사주의 해외펀드 매각이 단기적으로 물량부담 완화라는 긍정적인 효과는 낼 수 있으나 해당 펀드의 장기보유가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물량부담이 완전히 해소되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따라서 일반투자자들은 해당 해외기관들이 제휴선으로서의 가치와 제휴의사가 있는지,자사주 매입이 진정으로 장기투자를 목적으로 한 것인지 등을 따져본 뒤 재료로서의 가치를 판단해야할 것으로 지적됐다. ◇잇단 자사주 해외매각=핸디소프트는 외환은행을 통해 장내에서 취득한 자사주 26만5천주를 세계 7대 자산운용사의 하나인 미국의 SSgA에 지난주 장외에서 매각했다. 주당 매각가격은 1만1천4백원으로 모두 30억원 규모다. 아이엠아이티는 장내에서 직접 사들인 자사주 30만주(13억7천1백만원)를 최근 소프트뱅크에 팔았다. 주당 가격은 최근 시세보다 10% 정도 낮지만 취득가격(주당 4천2백6원)보다는 높은 4천5백70원으로 10억원 이상의 처분이익을 올렸다. 방송장비 업체인 대흥멀티미디어도 자사주를 추가 매입,해외 투자기관이나 제휴 가능한 업체에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현재 자사주 규모는 20여만주로 장내에서 팔 계획은 없고 장기 투자를 하는 외국기관에 매각하는 계획을 구상중"이라고 밝혔다. ◇'1석3조'의 효과=자사주의 해외 매각에는 대외홍보,해외사업 제휴선 확보,자사주소각 부담덜기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 핸디소프트의 경우 대외 투자홍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곽영교 상무는 "주식을 매입한 SSgA의 KGOF펀드는 3∼5년 장기투자를 하는 미국 하워드휴드 연기금이 출자한 펀드라는 점에서 핸디소프트가 그만큼 장기투자할만한 가치가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곽 상무는 "앞으로 이를 계기로 해외IR(투자설명회)에 적극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소프트뱅크 사모M&A펀드에 자사주를 넘긴 아이엠아이티는 제휴선을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이뤄진 케이스다. 일본 등 해외 진출때 소프트뱅크가 마케팅 등과 관련된 지원을 해주기로 했다는 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그러나 증권전문가들은 자사주 매입자금의 현금화와 자사주소각 압력탈피 등이 오히려 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자사주를 취득해 보유중인 한 기업의 IR담당자도 "요즘과 같은 약세장에서 자사주를 장내 매각하는 것은 소액투자자들의 정서를 감안할 때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라고 털어놨다. 그렇다고 현금을 쌓아놓고 경영을 하지 않는 이상 수십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일시에 소각해 현금화하기도 쉽지 않아 1석3조의 효과를 겨냥해 자사주 해외매각을 적극 모색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김철수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