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회로(迂廻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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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가 이틀째 상승하며 종합지수 560선을 회복했다.
하루 종일 선물 약세와 프로그램 매도에 눌렸으나 550선이 버티자 장후반 선물 상승에 편승하며 반등을 이뤄냈다.
외국인은 일본 닛케이지수와 홍콩 항셍지수가 하락하자 선물 매도를 늘렸고, 시장베이시스 백워데이션 심화 →프로그램 매도 대량 출회의 메카니즘을 통해 지수는 압박을 받았다.
그러나 오후 들어 일본 닛케이가 낙폭을 줄이는 틈에 외국인은 선물 매수를 늘렸다. 이제는 반대로 시장베이시스 백워데이션 완화 →프로그램 매수 유입이 저가매수세와 더해지자 종합지수는 반등했다.
대신증권의 나민호 투자정보팀장은 "현물시장에 재료가 없어지면서 선물 의존도가 높아진 수급장세가 진행되고 있다"며 "다음주 미국의 금리인하를 기다리면서 에너지를 충전하는 기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수급 장세, 변동성은 있나 = 시장에서 경기회복에 대한 신호를 찾을 수 없다. 모멘텀도 보이지 않는다. 기대감도 덜하다. 그 자리를 수급논리가 차지했고, 그 중심에는 외국인이 있다.
그러나 현물시장에서 외국인이 방향을 잡지 못하자 선물시장 외국인의 매매방향에 따라 시장이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다. 외국인은 거래소에서 개장초 순매수를 보이다 결국 순매도로 전환, 엿새째 순매도를 이었다.
외국계 증권사의 한 부장은 "외국인이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지만 뉴스, 특히 경기에 대한 시그널이 없는 상황에서 적극성이 떨어지고 있다"며 "변화가 없는 이상 8월말까지는 장에 대해 중립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방향성 없는 장에 변동성이 큰 것도 아니다. 종합지수는 지난주 월요일 이후 6일째 하루변동폭이 10포인트를 넘지 못했다.
기술적으로도 박스권에 갇힌 모습이다. 이날 붕괴됐던 560대의 5일과 561대의 10일 이동평균선을 되찾으며 단기심리에 긍정적인 모습이 보였다.
그럼에도 8월 들어 아래로는 548대의 20일선과 위로는 최근 돌파시도가 무산된 567대의 120일선, 그 위에 60일 580선이 대량 매물벽을 형성하면서 접근을 불허하고 있다.
국내외적으로 중앙은행들이 나서 금리를 인하하고 시중금리도 사상 최저치 수준에 근접하고 있으나 증시자금이 늘어나지 않고 있으며 거래량 증가는 목격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국내외 경기둔화가 멈춰지거나 경기반등이나 회복사인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당분간 박스권을 탈피하기 힘들다는 게 시장의 지배적인 견해다.
신영증권의 김인수 투자전략팀장은 "미국 주가가 약세인 상황에서 일본이나 홍콩에서 최저치 경신이 잇따르고 있어 국내 주가도 이런 동조화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며 "그럼에도 정부의 경기활성화 의지가 강하고 금리하락 기조가 유지되고 있어 저가매수세 유입을 유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 반등 논리 찾기 = 이번주 역시 미국 등 국내외 경기상황에 커다란 긍정적인 변화가 있을 것 같지는 않다.
먼저 미국은 14일 7월 소매판매동향, 15일 7월 산업생산과 6월 기업재고동향, 16일 소비자물가와 주택착공, 주간실업수당 신규신청건, 17일 국제수지 동향, 미시건대학 소비자신뢰지수 등이 잇따라 발표될 예정이다.
그러나 시장의 대체적인 시각은 조세감면이 덜 반영된 가운데 에너지가 하락으로 소매판매는 전달보다 줄고, 산업생산 등 제조업 경기는 여전히 악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물가는 안정되고 주택착공은 증가하겠지만 감원이나 주가전망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소비자신뢰지수 역시 큰 개선은 보이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삼성증권의 유욱재 수석연구원은 "이번주 발표되는 7월중 미국의 주요 경제지표 역시 그리 좋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며 "국내외 모두 지표 개선에 대한 기대감보다는 반등논리에 기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반등 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모멘텀은 없으나 마치 '이 대신 잇몸'처럼 경기 회복 기대감이나 실적 개선 전망이 온 것은 아니지만 추가 금리인하 전망을 바탕으로 시장이 내성을 길러가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은 오는 21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올들어 일곱 번째 금리인하를 기정사실화하면서 지난주 나스닥이 장중 급반등하며 낙폭을 줄였고 다우는 반등하는 데 성공했다.
KGI증권의 황상혁 선임연구원은 "미국 나스닥이 삼중바닥 형태를 보이고 있다"며 "추가하락할 경우 다시 박스권 하단이 낮아지겠지만, 기술적으로라도 2,000선으로 반등한다면 박스권 상단부로 상향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한동안의 반도체 경기 논란을 거치며 하락을 멈추며 이틀째 반등했고 국내시장에서 외국인이 다시 삼성전자를 닷새만에 순매수하면서 삼성전자가 지수버팀목이 되고 있다.
삼성전자가 지수를 강하게 상승시킬 전망은 없으나 중립적으로 유지된다면 이를 우산으로 금리하락 기조를 배경으로 금융주나 건설주 등이 좀더 상승할 수 있는 공간이 생긴다는 논리다.
외국계 증권사의 임원은 "삼성전자가 20만원 이상으로 오르기에는 한계가 있으나 18만원 이하에서는 꾸준히 외국인 매수가 유입되고 있다"며 "아울러 대우차 매각이나 현투 외자유치가 종국적으로 되는 쪽으로 가고 금리인하가 이어진다면 금융주에 대한 매수도 지속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이런 전망은 펀더멘털이 우호적으로 가지 않을 경우 매우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골드만 삭스나 베어스턴스 등 일부에서 미국의 제조업 경기가 더욱 악화되는 등 경기둔화가 지속돼 내년 1/4분기까지 금리인하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한 우울한 보고서는 그중의 하나일 것이다.
한경닷컴 이기석기자 han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