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슴으로 왔으면 농사짓는데 신경써야 하는 것 아닙니까" 지난 99년,2000년에 이어 올해도 한전기공을 "품질경쟁력 50대 우수기업"의 반열에 올려 놓은 김형국 사장은 "한 번도 사장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말한다. "우수한 기술인력을 다독거려 품질경쟁력을 높이는 상머슴의 역할에 충실할 뿐"이라는 것. "품질경쟁력 50대 우수기업"은 산업자원부 산하 기술표준원과 한국표준협회가 매년 선정하는 것으로 한국전력의 발전설비 정비전문 자회사인 한전기공은 지난달초 공기업으로서는 유일하게 3년 연속 선정됐다. 지난 99년 취임과 함께 김 사장이 일궈낸 결실이다. 사실 그는 지난 72년 김대중 대통령의 비서를 거쳐 지난 96년엔 새정치국민회의 국민화합특별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하는 등 정치색이 짙은 인물이다. 그러나 이런 경영마인드와 품질경영실적은 정치적인 이미지를 말끔히 가시게 하는 대목이다. 지난해 그는 국가품질유공자로 선정돼 은탑산업훈장을 받기도 했다. 김 사장은 한전기공의 경쟁력을 "GE,웨스팅하우스,ABB등 세계적 기업들이 생산하는 발전설비를 두루 정비할 수 있는 우수한 인적자원과 폭넓은 정비 노하우"라고 자신있게 말한다. 노동부는 지난해 9월부터 한전기공의 사내 기술자격을 국가공인자격으로 인정하고 있을 정도다. 3천8백명의 직원들이 보유하고 있는 사내자격은 무려 6천5백개에 달한다. 한전기공이 인력의 정예화,전문화,고급화를 위해 해마다 사내 교육용으로 투자하는 돈은 매출액의 1.4% 수준인 57억원. 그가 지난해부터 정비작업 실명제를 도입한 것도 기술경쟁력 강화를 위한 빼놓을 수 없는 한 부분이다. 현재 한전기공은 정비기술이 선진국의 94.4%로 수출까지 하고 있다. 지난 99년에는 일본 유수의 정비업체가 몇 일을 두고 고민하면서 고치지 못했던 호주의 한 화력발전소를 한전기공 기술진이 파견돼 3시간만에 수리,격찬을 받기도했다. 일본이 독점하고 있던 호주 발전설비 정비시장을 이후 한전기공이 평정했음은 물론이다. 최근엔 브라질,세르비아 등에 기술진을 파견하고 있다. 김 사장은 재무구조및 수익구조 개선에도 게을리할 수 없었다. 이 과정에선 조직및 인력감축이라는 구조조정의 아픔을 맛보아야 했다. 인력의 경우 5천1백50명에서 3천8백45명으로 줄였고 노사합의를 통해 퇴직금 누진제를 폐지했다. 총 인건비의 4.5%를 삭감한 것이다. 그런 영향으로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3백95억원으로 전년보다 1백23억원이나 증가했다. 부채비율도 1백63.8%에서 51.9%로 낮아졌다. 김 사장은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한다. 민영화라는 급변하는 경영환경속에서 그는 "비전 2005년"의 중장기 발전계획을 세웠다. 2005년까지 매출액 기준 국내 2백50대,순이익 기준 국내 1백대 기업에 진입해 세계적인 플랜트 종합서비스 기업으로 발돋움한다는 구상이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