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되는 "생물정보학"(bioinformatics)분야의 주도권을 둘러싸고 국내 각 기관들이 치열한 다툼을 벌이고 있다. 또 이들 기관들이 비슷한 연구과제에 중복으로 투자하고 있어 예산을 낭비하고 있으며 국가차원의 체계적인 연구계획 수립에 오히려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13일 관련 기관에 따르면 총리실 산하 기초기술연구회가 생물정보학 기술지도(로드맵)를 작성하기 위한 연구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대통령 자문기관인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도 자체적으로 이 분야의 기술지도와 육성계획을 마련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도 보건산업진흥원을 통해 생물정보학 투자계획을 준비중이다. 국내에서 이제 막 태동기에 있는 같은 분야의 학문을 놓고 3개 기관이 "나홀로"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들 3개 기관은 자체 연구인력을 동원해 생물정보학 발전 및 육성방안,인력양성계획,연구모델 수립 등 비슷한 내용의 프로젝트를 독자적으로 진행해 예산낭비를 초래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국가 차원의 체계적인 육성계획 수립에 오히려 걸림돌이 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각 기관들은 또 상대방의 계획에 대해 "전체를 보지 못하고 있다"거나 "내용이 부실하다"는 등의 비난을 일삼고 있어 감정대립 양상마저 보이고 있다. 이들 기관들은 그러나 나름대로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기초기술연구회측은 생명공학분야 전반에 대한 로드맵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이 분야를 빼놓을 수 없어 연구가 시작됐다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는 "IMT-2000"출연금으로 생명공학 분야에 투자하기 위해 뛰어들었다고 밝혔다. 또 과학기술자문회의는 기업들이 돈을 벌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하도록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육성계획을 준비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한 연구소 관계자는 "각 대학에서 생물정보학 분야의 교육인력이 부족할 정도로 이 분야에 관한한 우리 역량이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인데도 기관마다 제각각 비슷한 계획을 세우고 있어 예산이 낭비되고 있으며 인력 분산으로 성과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고 꼬집었다. 또다른 관계자는 "각 기관마다 자체적으로 성과를 내겠다는 욕심 때문에 생물정보학 육성계획 수립 및 집행에 차질이 생겨서는 안된다"며 "지금이라도 체계적 육성계획이 수립되도록 국가적 차원에서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생물정보학은 생명공학(BT)에 정보기술(IT)을 접목한 학문으로 정문술 전 미래산업회장이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 3백억원을 기부해 설치되는 새로운 학과도 이 분야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 분야는 유전자 염기서열,단백질의 아미노산 서열 등과 관련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이를 검색하기 위한 각종 소프트웨어를 개발,유전자나 단백질의 기능을 밝혀내는 것이다. 이 분야가 발달하면 빠르고 간편하게 단백질 기능을 밝혀낼 수 있으며 신약 개발 등이 훨씬 용이해진다. 인간 유전자 지도가 그려지면서 수많은 연구성과를 체계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분야로 꼽히고 있다. 이미 미국에서는 세계적 제약회사들이 생물정보 회사들과 제휴를 맺고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각 대학이 관련 학과를 신설하는 등 이 분야에 대한 투자가 확대되고 있으며 전문인력 양성 계획도 추진되고 있다. 아직까지 세계수준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IT기술이 상대적으로 발달돼있기 때문에 선두권의 기술을 갖출 수 있는 유망 분야로 꼽히고 있다. 김남국 기자 n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