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간 등 불의의 사고로 인한 임신이나 부부간에 계획되지 않은 임신을 피하려할 때에는 사후피임약이 필요하다. 국내에서도 한 제약사가 이런 경우에 대처할수 있는 사후피임약 시판허가를 신청했으나 종교단체와 교육계의 반대로 허가가 미뤄지고 있다. 반면 프랑스등 일부 국가에서는 임신한 중.고교생이 양호교사의 지도아래 사후피임약을 복용할수 있을 정도로 일반화됐다. 논란을 빚고 있는 사후피임약의 약리작용과 부작용에 대해 김진홍 가톨릭대 여의도 성모병원 산부인과 교수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사후피임약이란=성교후 72시간내 복용,수정란의 이동과 착상을 막아 임신을 회피하는 약이다. 국내에서는 지난 5월 현대약품이 프랑스 HRA파마사의 사후피임약 "노레보정"(성분명 레보노르게스트렐.1정에 0.75mg 함유)에 대한 국내 수입판매허가를 신청했다. 노레보정은 2알이 한 포장으로 성관계 직후 72시간내에 한알을 복용하고 나머지 한알은 12시간내에 먹는다. 프로게스테론이 정상적으로 분비되면 임신을 촉진하지만 그 일종인 레보노르게스트렐을 대량 으로 공급하면 반대로 임신을 방해한다는 점을 노려 생산된 약이다. 즉 높은 용량의 레보노르게스트렐을 투입하면 배란 전에는 배란을 지연하거나 방해한다. 또 난관내에서의 정자와 난자의 이동을 저해,수정이 일어나는 것을 막는다. 자궁 내벽 및 경부(입구)의 점액질도 변화시켜 정자의 이동도 방해한다. 수정된이후라면 수정란이 착상되는 것을 저지한다. 이같은 임신억제 효과는 빨리 복용할수록 커진다. 부작용은 없나=현재 국내에서 시판되는 피임약에도 성욕을 높이는 에스트로겐과 임신을 촉진하는 프로게스테론이 함유돼 있다. 만약 사후 피임을 목적으로 과량을 섭취하면 복용자의 30~50%가 메스꺼움을 느낄수 있다. 15~25%는 구토 어지럼증 유방통증 복통 두통 피로감과 불규칙한 출혈 등을 호소하게 된다. 자주 사용하면 생리주기가 불규칙하게 변하는 부작용도 나타날수 있다. 자궁내막에 염증을 일으키는 자궁내 장치(일명 루프)는 성 관계후 5일 안에 장착하면 99%의 높은 피임율을 보이지만 자궁이 뚫리는 천공이나 염증,골반염증이나 자궁외 임신 등을 초래할수 있다. 반면 노레보는 이같은 부작용을 현저하게 줄인 것으로 현재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세계 39개국에서 일반의약품으로 시판중이다. 아시아에서는 스리랑카에서만 판매되고 있다. 사회적 이슈와 종합적 평가=사후피임약과는 성격이 전혀 다른 낙태약에는 "RU-486"(성분명 미페프로스톤)이 유명하다. 낙태성공률이 90~93%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 낙태약은 항(抗)프로게스테론 제제로 수정란의 태반 착상과 태아 성장을 돕는 프로게스테론의 작용을 차단,자궁내막을 파괴하고 이미 자라고 있는 태아를 자궁에서 떨어져 나가게 한다. 임신한뒤 9주 이내에 사용할수 있는 실질적인 낙태약이다. 부작용으로는 심한 복통과 오심 설사 두통 피부발진 구토 등이 생기며 지혈시간이 지체될수 있다. 나이가 많고 담배를 피우는 여자가 사용하면 심장 발작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노레보정은 아기가 착상한뒤 낙태를 유발하지 않으며 부작용이 일어나지 않거나 나타난다해도 경미하다. 이 약이 프랑스에서 비(非)처방약으로 판매되는 이유는 이런 안전성이 뒷받침되기 때문이다. 미성년 여성의 무분별한 임신은 미혼모와 사생아의 양산을 초래할수 있다. 이들이 사후피임약에 의존할 경우 성 풍속이 더욱 문란해질수 있다고 종교계와 교육계는 우려하고 있다. 특히 콘돔 사용률 감소로 성병이 증가하는 것을 막을 수 없다. 그러나 강간 또는 부주의한 성관계 등으로 사후 피임약이 필요한 경우도 분명히 존재한다. 물론 안전성이 높아야한다. 따라서 한국적인 현실에서는 당국의 강력한 규제아래 사후피임약의 시판을 허용하는게 바람직하다는 게 상당수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02)3779-1213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