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 소송제...美國은 지금...] (中) 'IT 재기 발목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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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회사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정답중 하나는 세계적으로 알려진 미국의 대표기업들이다.
또 다른 정답은 이들 모두 "집단소송"에 걸린 회사들이라는 점이다.
집단소송은 이처럼 업종과 회사규모를 불문하고 광범위하게 무차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기업의 투명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 기업들까지 "회계조작"혐의로 제소된다.
지난해엔 미국 최고 우량기업중 우량기업으로 꼽히는 다우존스공업지수를 구성하는 30개 기업중에서도 포드자동차 하니웰등 4개사가 제소됐을 정도다.
"제도가 있으니 조그만 혐의만 있어도 일단 걸고 보는 겁니다" 뉴욕의 집단소송전문 법률회사 존스 허쉬 코너스 앤 불의 리처드 스티어 변호사는 "대부분의 집단소송이 중간에 합의로 끝나 소송비용에 큰 부담이 없기 때문에 쉽게 소송을 걸 수 있다"고 말한다.
1995년 증권민사소송개정법 시행 이후 지난달말까지 집단소송 제소건수는 모두 1천2백1건.이중 해결된 것은 20%를 약간 넘은 2백55건에 불과하다.
하지만 해결된 기업이나 소송을 몇년째 끌고 있는 기업들의 금전적 시간적 피해는 상상을 초월한다.
세계 최대의 여행서비스업체인 센단트(Cendant).라마다인 하워드존슨등 9개의 호텔체인과 렌터카 업체 등을 갖고 있는 이 회사는 지난 99년 12월 미국 집단소송 역사상 가장 큰 금액인 35억2천5백만달러(약 4조5천억원)를 물어내라는 판결을 받았다.
97년 인수했던 CUC인터내셔널이란 회사가 회계조작으로 수익을 늘린 것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3콤등 2억달러이상 토해내는 사례가 나오는등 95년 이후 기업들이 집단소송을 통해 물어낸 금액은 모두 66억달러에 달한다.
그동안 평균 해결비용은 건당 1천3백80만달러이나 99년 1천4백30만달러,2000년 1천5백40만달러등 점점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비용만이 아니다.
미 상원보고서는 임직원들이 집단소송에 대응하기 위해 투자하는 시간이 1천시간에 달하는 것으로 밝히고 있다.
하루 8시간 근무를 기준으로 하면 꼬박 8개월이상 매달리게 된다.
정상적인 경영활동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러다보니 "경영자들은 대부분 보상금액 3천만달러에 상당하는 경영자책임보험을 들어놓고 언제 있을지 모르는 집단소송에 대비하고 있을 정도다"(박명근 뉴욕 이코노보험사장).
최근들어 집단소송의 성격도 달라지고 있다.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 상임위원출신으로 스탠퍼드대의 집단소송정보센터(www.security.stanford.edu)의 주요 멤버인 조지프 그룬페스트 법과대 교수는 "최근의 집단소송은 주가가 떨어진 회사들에서 주로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주가가 떨어질 경우 그 원인을 경영 잘못에서 찾으려는 투자자들이 주식투자손실금액을 법적투쟁으로 보상받으려 한다는 얘기다.
집단소송이 일종의 투자보험으로 변질되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닷컴버블이 꺼지면서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지자 낙폭이 가장 컸던 IT(정보통신)업종에 집단소송이 몰리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다.
지난해의 경우 전체 집단소송 제소건수의 3분의 2가 IT기업들이 주로 상장돼 있는 나스닥기업들에 집중됐고 컴퓨터 통신분야 회사들에 대한 제소율이 40%를 넘기도 했다.
제소내용도 의혹제기가 쉬운 회계부문으로 주로 초점이 맞춰진다.
회계상의 문제로 제기된 증권집단소송은 95년 40%에서 지난해에는 53%로 절반이상으로 늘어났다.
회계법인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최근 발표한 '증권집단소송보고서'에서 "소프트웨어등 IT회사들은 제품과 컨설팅서비스를 함께 팔아 매출통계를 잡는게 일반기업들과 다르고 반품이나 계약취소가 많아 일정기간내 명확한 매출수익을 파악하기 힘들다"며 "주가가 떨어지면서 이런 부분이 공격 대상이 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버블붕괴에 덮친 집단소송파문이 IT산업의 부활을 막을지도 모른다는 경고다.
뉴욕=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