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기대가 경기침체 우려를 눌렀다. 증시 자금 유입을 기대한 매수세가 건설주에 이어 증권, 은행주로 집중됐다. 콜금리 인하에 이어 국고채 수익률이 사상 최저치를 경신하는 등 유동성 보강에 대한 기대가 무르익고 있고 정부의 경기 부양 의지 표명에 따라 투자심리가 한결 나아진 모습이다. 여기에 반도체주 투자등급 상향과 뉴욕증시 나스닥지수의 반등, 환율 하향 안정, 일본 및 대만 증시 상승, 나스닥선물 강세 등 주변 여건도 증시에 우호적으로 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저가주로의 유입이 활발하게 전개, 거래량이 이미 전날 수준을 넘어서며 3억주를 돌파했다. 14일 종합주가지수는 치열한 매매공방 끝에 120일선을 넘어선 뒤 570선 안착을 시도하고 있다. 종합주가지수는 낮 12시 53분 현재 571.58로 전날보다 9.58포인트, 1.70% 상승했고 코스닥지수는 0.64포인트, 0.93% 오른 69.61을 가리켰다. 주가지수선물 9월물은 1.20포인트, 1.74% 높은 70.20을 나타냈고 코스닥선물 9월물은 1.05포인트, 1.24% 올라 85.90에 거래됐다. 대중주 강세에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한 지수관련 대형주가 뒷받침하면서 단단한 오름세를 유지하며 추가 상승을 모색하고 있다. 전날 상대적으로 상승폭이 작았던 증권주가 7% 이상 급등하며 장을 주도하고 있고 은행, 건설주도 각각 3% 대 오름세를 유지했다. 전기전자, 운수장비, 유통, 통신 등 대부분 업종이 상승에 동참한 가운데 음식료, 의약, 기계 업종이 소폭 내렸다. 3억3,207만주, 1조2,044억원 어치가 손을 옮긴 가운데 조흥은행, 풍림산업, 외환은행, 대구은행, 대우건설, 굿모닝증권, 대우증권, SK증권, 부산은행 등이 거래량 순위 상위에 올라 대중주에 대한 관심을 입증했다. 시장에서는 현 장세를 유동성 장세로 표현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고 판단하면서도 '유사 유동성 장세' 정도로 규정하는 데에는 대체로 동의하고 있다. 시각은 유동성 장세에 대한 기대감이 현실화 될 것이냐, 혹은 기대감만으로의 상승폭이 어느 정도일 것이냐에서 갈린다. 한켠에서는 이미 유동성 장세의 초입 국면에 접어들었다며 추세 전환을 논하지만 자금유입 상황이나 경기문제, 매수주체 부재 등을 고려하면 단기 박스권 상단부로 설정했던 60일선이 위치한 580선에 근접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지수가 박스권 상단에 접근함에 따라 수익을 낸 종목에 대해서는 차익 실현과 함께 종목 교체에 나설 시기라는 의견이 많다. 더욱이 광복절 휴일을 앞두고 있고 급등에 따라 저가메리트가 상당 부분 감소한 상황이므로 해외증시 변동에 따른 위험을 안고 갈 만큼 매력적인 지수대는 아니라는 지적이다. 뉴욕증시에서는 나스닥지수가 골드만삭스의 4/4분기 반도체 산업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과 투자등급 상향에 힘입어 반등, 1,950선에서 삼중바닥 형성을 시도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기술적인 반등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다. 또 지난주 베이지북에서 경고했던 소비문제가 부각될 7월 소매판매동향 발표를 앞두고 있다. 전반적으로는 다음주 예정된 공개시장위원회(FOMC) 전까지는 변동성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측되지만 긍정적인 모멘텀 기대도 어렵다. 이날 외국인은 나스닥 반등에도 불구하고 7일째 순매도 기조를 이어가는 가운데 적극적인 시장 참여를 꺼리고 있다. 거래소에서 기관 627억원 순매수, 개인 524억원 순매도가 맞서고 있고 외국인은 69억원 매도우위다. 대우증권 이종우 투자전략팀장은 "증시에 유동성 유입 기대감이 커지며 증권, 은행 등 금융주로 선취매성 매수세가 유입되고 있으나 유동성 장세의 현실화 가능성은 크지 않은 만큼 오른 종목에 대해서 매도관점으로 접근할 시기"라고 말했다. 이 팀장은 "건설, 은행 등 대중주가 워낙 저평가돼 있어 추가 상승 여력은 있지만 한차례 조정은 불가피하다"며 "박스권 상단이 멀지 않은 시점에서 추격 매수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교보증권 임노중 책임연구원은 "전날 장을 주도했던 개인이 순매도로 돌아서고 외국인도 매도우위를 지속하는 등 매수주체가 부각되지 않아 시세 연속성을 보장하기 어렵다"며 "유동성 장세라기 보다는 순환매가 돌고 있는 장세"라고 말했다. 한편 세종증권 김욱래 연구원은 "현재 중요한 것은 유동성 장세에 대한 기대감으로 매수가 집중되고 있다는 사실"이라며 "실현 여부는 차지하더라도 기대감은 좀 더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진단했다. 김 연구원은 "건설, 은행, 증권 등 트로이카주의 업종 지수는 큰 폭 올랐으나 여전히 저가 메리트가 살아 있는 종목이 많다"며 "조정시 매수관점은 유효하다"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유용석기자 ja-j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