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금리 시대' 뉴트렌드](4) '가계빚 다이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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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목동에 사는 박주현(37)씨는 최근 적금을 타 목돈 3천만원을 쥐었다.
이 돈을 어떻게 굴릴까 고민하다가 박씨는 은행 대출부터 갚기로 맘 먹었다.
그는 3년전 P은행에서 5년거치 10년 상환조건으로 근로자주택자금대출 3천만원을 받았었다.
금리는 당시 최저 수준인 연 7%.이렇게 싼 이자의 대출을 중도에 갚는다는 게 좀 아깝긴 했다.
그래도 그게 낫다고 판단했다.
3천만원으로 대출이자(연간 2백10만원) 이상을 남기려면 이자소득세(16.5%)를 감안해 최소한 연 9%짜리 예금에 들어야 한다.
그러나 아무리 눈을 씻고 찾아봐도 요즘 금융권에서 연 8% 이상 금리를 주는 예금을 찾기가 어렵다.
예금금리가 바닥으로 떨어지자 박씨처럼 여윳돈이 생기면 대출부터 갚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지난달 가계대출이 2조4천4백6억원 늘어 6월 증가액 4조2천5백40억원의 절반 수준에 그친 것도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초저금리 시대엔 빚부터 줄이는 게 현명한 재테크 전략이라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더구나 최근처럼 예금금리가 대출금리보다 훨씬 빠르게 떨어질 땐 빚을 갚는 게 돈 버는 길이다.
하물며 월 수십%대의 고리사채를 쓰고 있는 사람이라면 따질 것도 없다.
은행대출을 받기 힘든 '신용불량' 고객을 위해 신용금고들이 내놓고 있는 고리사채 대체상품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현대스위스금고 푸른금고 영풍금고 등은 신용불량자에게도 최대 3백만원까지 대출을 해주고 있다.
금리가 연 40∼60%로 높긴 하지만 그래도 사채보다는 유리하다.
은행 대출도 마찬가지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현재 연 6.5∼7.5%수준.1년 전과 비교해 2∼3%포인트 낮아졌다.
따라서 1년전에 5천만원 대출을 받았던 사람이라면 지금 대출받는 사람보다 연간 이자를 1백만~1백50만원 더 물고 있는 셈이다.
당장 은행 창구에 찾아가 싼 이자 대출로 바꿔야 한다.
만약 안 바꿔주면 다른 은행에 가서 새로 대출받아 기존 대출을 갚아야 한다.
전문선 신한은행 재테크 팀장은 "대출금이 1천만원 이상인데다 만기가 1년 이상 남았고 금리 차이가 1%포인트 이상 난다면 다른 대출로 갈아타는 게 유리하다"고 말했다.
대출을 바꿀 땐 가급적 고정금리형 보다는 변동금리형 대출을 선택하는 것도 잊지말아야 한다.
"CD(양도성예금증서)연동금리 대출은 고정금리 대출보다 이자가 1~2%포인트 낮다.
게다가 금리는 앞으로 더 떨어질 공산이 크다.
때문에 시장금리에 따라 대출금리가 변하는 상품으로 바꾸는 게 좋다"(서춘수 조흥은행 재테크 팀장)
새로운 대출상품을 선택할 때도 조건을 꼼꼼히 살피는 것은 필수.주택담보대출의 경우 대부분 은행들이 2년 이내에 갚으면 대출금의 1~1.5%를 중도상환수수료로 물린다.
담보가 설정된 등기를 말소하고 새로 등기를 내려면 10만~30만원 정도의 돈도 든다.
이런 비용을 감안하고도 실제 이자절감액이 더 커야 대출을 갈아타는 데 의미가 있다.
물론 아직도 아파트담보대출의 경우 설정비를 면제해주는 은행들이 적지 않다.
잘만 고르면 추가 비용부담을 줄이며 대출을 바꿀 수 있다.
조흥은행 하나은행 농협 등은 한동안 중단했던 아파트담보대출 설정비 면제 서비스를 최근 다시 시작했다.
저리 대출상품을 고를 때 인터넷 사이트를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같은 사람이라도 은행에 따라 대출한도나 금리 등에 차이가 난다.
따라서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조건으로 돈을 빌려줄 은행을 찾으려면 대출금리 비교 사이트나 역경매 대출사이트를 적극 활용하라고 재테크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역경매 대출이란 고객이 희망 대출금리 등 일정 조건을 넣으면 은행들이 그 조건에 맞는 대출상품을 제시해 고를 수 있도록 한 것.대표적인 사이트로는 웰시아닷컴(www.wealthia.com)이나 론프로(www.loanpro.co.kr)등이 있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