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은 22개 은행이 벌인 2차 상시퇴출 심사를 토대로 4백55개 기업에 대한 처리방침을 확정하고 이중 49개사를 퇴출대상으로 분류했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상시구조조정 시스템에 따른 1천5백44개 신용위험 평가대상 기업중 지난 6월 처리방침이 확정된 1백2개사를 포함해 5백57개 기업에 대한 처리방침을 확정한 셈이 됐다. 또 16일께에는 35개 워크아웃중인 기업에 대한 처리방향도 발표될 예정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와같은 워크아웃 기업을 포함한 부실기업 처리와 관련한 부산한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과연 지지부진한 구조조정이 촉진될 수 있을 지는 여전히 회의적이다. 이번에 퇴출키로 결정된 49개 기업만 하더라도 화의중인 31개사,법정관리중인 2개사,동아건설 등 파산선고를 받은 10개사가 포함돼 있어 시장이 이미 퇴출대상으로 여겨 왔던 기업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이들 기업을 또다시 퇴출대상으로 판정한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의심스럽다. 아울러 회생 가능하다고 판정된 4백여개 기업은 확실히 살릴 것인지에 대해서도 시장은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회생 가능하다고 분류했던 기업에 대한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사례를 수없이 보아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구조조정을 둘러싼 불확실성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신용위험 평가에 따른 판정 그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를 실행에 옮기는 일이 중요하다. 지금까지 정부와 채권단은 부실기업은 퇴출시키고 회생 가능한 기업은 확실히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수없이 밝혀왔으나 실천이 뒤따르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채권단 스스로가 회생이 가능하다고 판단해 놓고도 기관이기주의에 밀려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사례가 빈번했다. 아울러 퇴출기업으로 분류된 기업에 대해서도 신속한 퇴출을 통해 손실을 최소화하기 보다는 담당자가 책임만을 의식해 결과적으로 손실을 키워온 사례도 속출했다. 이번 상시구조조정 시스템에 의한 신용위험 평가도 과거와 같이 실천이 뒤따르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정부와 채권단은 법원과 적극 협조해 퇴출기업에 대해서는 퇴출작업을 서두르는 한편 회생판정 기업에 대해서는 실효성 있는 지원책을 조속히 강구해야 한다. 특히 9월초에 발효되는 기업구조조정촉진법에는 부실징후는 있으나 회생 가능한 기업에 대해서는 채권단이 공동관리 등으로 지원책을 마련할 수 있는 길이 열려있는 만큼 이를 적극 활용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