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1,288원선에서 게걸음을 거닐고 있다. 달러/엔 환율의 123엔을 경계한 등락과 호흡을 같이 하고 있다. 광복절 휴일을 앞두고 한 쪽으로 포지션을 가져가지 않으려는 시장참가자들의 움직임과 달러/엔의 방향을 가늠하기 힘들다는 판단에 관망세가 짙다. 달러화와 엔화가 서로 약세로 가겠다는 묘한 심리전 양상을 띠면서 시장은 혼란스럽다는 눈치다. 1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오후 3시 18분 현재 전날보다 2.60원 오른 1,288.10원을 기록중이다. 달러/엔이 123엔대로 올라서자 오전 마감가보다 3원 오른 1,290.20원에 거래를 재개한 환율은 개장 직후 1,290.50원까지 고점을 높였다. 그러나 이내 업체 네고물량과 차익실현 매물이 나오고 달러/엔이 122엔대로 복귀하자 환율은 점차 밀리면서 1,288∼1,289원 언저리에서 주거래되고 있다. 달러/엔 환율은 이 시각 현재 122.86엔이다. 일본은행(BOJ)의 추가 금융완화 발표에 따른 급등 기운은 걷힌 채 향후 방향에 대한 신중한 탐색이 이어지고 있다. 하야미 BOJ총재는 "금리가 하락하면 이론적으로 엔은 약세를 보일 것"이라며 "환율은 시장이 결정해야 한다"고 말해 엔화가 약세 흐름을 띠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달러/엔은 오히려 오름폭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 그러나 이날 뉴욕장에서 발표되는 소매판매가 그다지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달러화 약세가 이뤄진다면 달러/엔은 추가 상승이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다. 엿새째 주식 순매도를 보인 국내 증시의 외국인은 거래소에서 126억원의 주식 순매도를, 코스닥시장에서는 28억원의 순매도를 나타냈다. 환율과 동떨어진 흐름이었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1,290원 이상 가니까 물량 공급이 많아지면서 시장이 무거워진 느낌"이라며 "오히려 이같은 상황이라면 달러/엔 하락에 민감해질 수 있는 여건도 조성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닛케이지수를 보면 달러/엔이 크게 오를 것 같진 않고 달러 강세가 약화되고 있다는 최근의 조류를 생각하면 달러/엔도 방향이 없는 상황"이라며 "어느 한 쪽으로 쉽게 기울기는 어렵고 지켜보는 것이 상책"이라고 덧붙였다. 외국계은행의 다른 딜러는 "일본 경제관료들의 발언은 달러/엔이 위쪽으로 올라가줬으면 하는 바램을 담고 있다고 해석된다"며 "해외에서도 122.80엔이 뚫려 추가 상승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런던장에서 어떤 움직임을 보일 것이냐가 관건이지만 위쪽으로는 상승이 제한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