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원 < 국회월드컵특위 위원장hakwonk@assembly.go.kr > 중국의 진시황 시절 조고라는 환관이 있었다. 조고는 진시황이 병사하면서 남긴 유언을 조작해 왕위 계승권자였던 진시황의 장자인 부소를 사약으로 죽이고 유약한 차남인 호해를 왕으로 세운 뒤 섭정을 통해 천하의 권세를 누렸다. 그가 마침내 왕위까지 넘보면서 자신을 지지할 대신들이 얼마나 될지 알아보려고 꾀를 냈다. 사슴 한 마리를 왕에게 바치면서 "이것은 낮에는 1천리를,밤에는 8백리를 달리는 준마입니다"라고 했다. 왕이 깜짝 놀라 "사슴을 어찌 말이라고 하는가"라고 물었다. 조고는 "틀림없는 말입니다"라고 말하고는 대신들을 향해 "그렇지 않소,대신들!"하고 겁을 주며 외쳤다. 그러자 머뭇거리던 대신들이 "네,맞습니다.그건 말입니다"라고 대답했다. 지록위마(指鹿爲馬)는 여기서 나온 말이다. 결국 조고는 항우와 유방의 군대에 의해 주살당하고 진나라도 망하고 말았다. 어제는 광복절이었다. 일본 제국주의가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각국에 침략과 식민지배를 통해 엄청난 피해와 상처를 남기고 항복을 선언한 날이다. 일본은 전후 서너 차례 '침략과 식민지배로 야기된 고통에 대해 통절한 반성과 사죄'를 표명했다. 그런데 요즘 일본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의 항의와 경고에도 불구하고 중학교 역사교과서에서 사실을 왜곡했다. 고대국가 시기에 일본이 한반도 남부를 지배했다느니,한반도 삼국이 일본에 조공을 바쳤다느니,임진왜란을 조선반도 출병이라느니 등으로 역사적 사실을 오도했다. 한·일합방,위안부와 징용,경제침탈,독립지사 고문·살해 등 수탈에 관해서는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고 있다. 지록위마도 이만저만이 아닌 셈이다. 게다가 엊그제는 일본 현직총리가 2차대전 전범을 추모하고자 야스쿠니 신사를 공식 참배했다는 충격적 사실이 우리나라는 물론 아시아 각국을 분노케 했다. 지록위마로 대제국의 야심을 꿈꾼 조고의 허황된 행동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일본은 군국주의 부활을 통해 역사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려는 것일까. 참으로 어처구니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