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제철이 올 상반기 실적과 하반기 경영계획을 발표한 지난달 25일. 경기침체 여파로 상반기 순익이 3천5백5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3% 감소한 만큼 포철의 경쟁력이 약화된 게 아니냐는 질문이 줄을 이었다. 특히 포철의 주력 제품인 핫코일의 원가경쟁력에 질문은 집중됐다. 하지만 일각의 우려와 달리 포철 유상부 회장의 대답은 간단했다. "경쟁업체들과 생존게임을 벌이면 벌일수록 오히려 더 유리해지는 원가구조를 갖고 있다" 당장은 수익이 줄어들겠지만 가격경쟁력에서 외국업체를 크게 앞지르고 있어 장기적으로는 그다지 걱정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포철의 가격경쟁력=미국의 유수 철강산업분석기관인 월드스틸다이내믹스(WSD)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으로 포철의 핫코일 제조원가는 t당 2백19달러다(포철은 영업비밀이라 공개할 수 없지만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더 낮다고 강조한다). 일본업체들이 t당 2백62달러,미국 3백13달러는 물론 대만(2백34달러) 중국 (2백21달러)에 비해서도 확실한 경쟁우위를 확보하고 있다. 앞서 지난 99년 3월엔 미국의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가 원가경쟁력에 근거해 산정,발표한 철강업체들의 생존가능(Sustainability)연수에서도 포철은 15년으로 일본의 신일철(10년),대만의 차이나스틸(5년) 등을 크게 앞질렀다. 가격경쟁을 벌이면 그만큼 더 오랫동안 버틸 수 있다는 얘기다. 핫코일은 모든 철강재의 중간소재다. 자동차를 만드는 냉연강판,가전제품에 들어가는 냉연강판,가스수송관용 등 철강재가 필요한 제품에 없어서는 안될 핵심 소재다. 국내에서는 포철이 유일하게 핫코일을 생산하고 있으며 수출까지 하고 있다. 산업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99년 현재 전세계 핫코일 생산량은 1억4천3백24만t. 이 가운데 포철의 생산비중은 4.8%를 차지했다. ◇주목되는 서기동수=포철의 경쟁력은 중국이 발주한 '서기동수(西氣東輸)'프로젝트의 가스수송관용 핫코일 입찰에서도 입증되고 있다. 서기동수 프로젝트는 중국 서쪽에 위치한 타림분지에서 채굴한 천연가스를 동쪽의 상하이까지 옮겨오는 총 연장 4천2백㎞의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건설사업. 핫코일 등 모두 2백만t의 철강재가 소요되는 대형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지난달 5일 실시된 2차 입찰(핫코일 공급입찰)에는 포철,일본의 신일철 가와사키제철 NKK,중국 최대 철강업체인 바오산(寶山)강철 등 내로라하는 철강업체들이 모두 참가했다. 특히 가스수송관용 핫코일은 내식성 내압성 등이 뛰어나야 해 핫코일 중에서도 최고급 핫코일로 통한다. 게다가 수송관 연결특성상 다음에도 한 업체의 제품을 계속 갖다 쓸 수밖에 없어 각국 철강업체들은 이번 입찰에 총력을 기울였다. 중국 내부 사정으로 입찰결과가 아직 발표되지 않고 있어 변수가 남아있긴 하나 포철은 이미 낙찰을 통보받았다고 전한다. 포철 상하이 사무소의 한형구 대표는 "연초부터 이 사업에 비상한 관심을 갖고 수차례의 현지답사 등 치밀한 사전조사를 해온 데다 가격경쟁력과 품질,납기 등에서 좋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과제는 품질경쟁력 강화=포철은 지난 92년 광양제철소 종합 준공을 계기로 생산기술부문에서도 일본의 경쟁업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고 자체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품질경쟁력에서 신일철 등에 비해 처지는 분야가 없지 않다는 지적이다. 산업자원부 기초소재산업과의 이학왕 사무관은 "일부 비가격 경쟁력은 일본업체들이 우위에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한다. 김주한 KIET 소재산업실장도 "첨단 공정기술 개발,설비보완 등으로 품질을 향상시켜 고객만족도를 높여 나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포철이 제조원가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은 물론 가공성 및 용접성 등이 우수한 고기능·고강도의 강종을 개발해 다른 업체가 넘볼 수 없는 세계 제1의 품질경쟁력까지 무장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