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실적이 악화된 코스닥 등록기업 가운데 경영진을 "물갈이"하거나 최대주주가 보유주식을 매각하고 회사를 떠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이는 실적악화로 경영진에 대한 대주주들의 압력이 적지 않은데다 최대주주가 창립자로서 경영자인 경우는 소액주주들의 비난이 홈페이지 등에 빗발치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이에따라 증권업계는 과거 형식적인 보고절차에 그쳤던 반기실적 발표가 점차 경영진 및 대주주에 대한 "중간점검"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무능한 경영진 퇴진=시스템통합(SI)업체인 동양시스템즈는 지난 7일 대주주인 동양그룹의 요구에 따라 대표이사를 기존의 황태인씨에서 동양창투의 대표이사를 지냈던 정진석씨로 전격 교체했다. 동양시스템즈의 길진우 팀장은 "대주주가 수익성 향상을 요구하며 이번 대표이사 교체를 결정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올 상반기 매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7% 증가한데 반해 순이익은 82% 감소한 4억4천만원에 그쳤다. 소액주주들도 홈페이지등을 통해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이 1%에 불과한 이유는 무엇이냐"는 등 회사경영에 강한 불만을 표명해왔었다. 한국기술투자의 경우 경영에 직접 참여해왔던 대주주가 능력부족으로 지난 3일 퇴진했다. 서갑수 사장이 주가조작으로 검찰에 고발된데다 상반기 실적이 저조한데 대해 투자조합으로부터 큰 반발을 샀었다. 이에 따라 한국기술투자는 대우통신 전사장인 이정태씨를 신임사장으로 선정하고 투자운용도 종전과 달리 IT(정보기술) 바이오 문화 등에 특화하기로 했다. 또 작년에 이어 적자가 지속된 서울이동통신과 대동기어,외형과 수익성이 모두 감소한 동양텔레콤과 엠케이전자는 대표이사가 각각 바뀌었다. ◇대주주도 바뀐다=게임플랫폼 생산업체인 비테크놀러지는 대주주인 장석원 사장이 보유중인 지분(23.7%)중 13.72%를 벤처인큐베이팅업체인 TSKG에 시가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붙여 매각했다. 비테크놀러지의 유봉현 이사는 "TSKG의 김택완 사장은 오는 27일 임시주총을 거쳐 단독 대표이사로 선정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비테크놀러지는 올 상반기 적자가 전년보다 3배 이상 확대된데다 정 사장이 현재 검찰에 주가조작등으로 고발돼 홈페이지등을 통해 주주들로부터 강력한 항의를 받아왔다. 직물제조업체인 신화실크의 대주주인 권영오씨등 5명은 이번 실적이 저조할 것을 미리 예상하고 지난달 3일 보유중인 지분(21.8%)중 13.98%를 윤창희씨에게 양도키로 했다. 윤창희씨는 임시주총을 통해 대표이사로 선정됐으며 회사이름도 카리스소프트로 바꿨다. D증권 투자정보부 관계자는 "반기 재무제표가 외부감사인의 재고실사 등을 거치지 않고 작성되는 약식 검토보고서이지만 소액주주들이 큰 관심을 갖고 주시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대주주 및 경영진들이 엄청난 중압감을 주는 일종의 중간성적표로 받아들이는 추세"라고 평가했다. 임상택 기자 lim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