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의 미국경제 진단은 비관적이다. 달러 폭락 가능성을 재차 경고한 것은 부시 행정부의 강한 달러 정책이 시장상황과 맞지 않는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또 몇개월 전만 해도 '하반기 경기회복'을 장담하던 IMF가 말을 바꾼 것은 최근 들어 좋지 않은 경기지표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달러 폭락 우려=대규모 경상적자와 경기불황이 IMF가 내세우는 달러 폭락 전망의 근거다. 이 중에서도 경상적자를 최대 요인으로 들고 있다. 지난해 경상적자는 4천4백46억달러로 한해 전보다 1천억달러 가량 급증했다. 이같은 적자에도 불구,미 경제가 작년까지 10년 호황을 누렸기에 그동안 강한 달러는 가능했다. 그러나 올 들어 침체국면으로 다가서는 등 경제상황은 아주 나빠지고 있다. 따라서 아무리 대단한 미 경제라도 불황 상태에선 거액의 경상적자를 지탱해 낼수가 없다. IMF의 달러 하락 경고로 최근의 달러가치 하락세는 좀더 가팔라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엔화에 대해 달러당 1백21~1백23엔 사이에 있는 달러가치는 조만간 1백20엔 아래로 내려갈 가능성이 높다. 유로화에 대해선 지금의 유로당 0.90달러 선에서 0.95달러 근처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그렇지만 엔과 유로화에 대해 각각 달러당 1백10엔 아래, 유로당 1달러대로 급락하는 사태는 당분간 일어나지 않을 전망이다. 미 경제도 좋진 않지만 일본과 유럽경제도 미국 못지 않게 나쁘기 때문이다. ◇경기 회복 지연=최근 나오는 미 경기지표는 4대6의 비율로 회복보다는 침체쪽으로 더 기울어져 있다. IMF가 하반기 경기회복이 불확실하다고 평가한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며칠 전엔 제조업계 불황이 소비 등 다른 부문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경기보고서(베이지북)까지 나왔다. 이때문에 일부에선 지난 2분기(4~6월)에 0.7%로 임시집계된 경제성장률이 1차 수정집계(이달말)에서 마이너스성장으로 하향조정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IMF의 지적대로 하반기 회복론은 힘을 잃었다. 그렇다고 하반기 회복론의 불씨가 완전히 꺼진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7월 소매판매액이 예상과는 달리 줄지 않았다. 이는 미 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소비지출이 아직은 경제를 지탱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를 근거로 샌프란시스코 연방은행은 14일 하반기 회복을 낙관했다. 성장률이 3분기에 1%로 소폭 높아진 후 4분기에 2%,내년 1분기에 3%를 기록해 정상궤도에 안착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정훈 기자 lee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