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과 망각 사이 살인범쫓기 '퍼즐게임'..'메멘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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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는 것들이 모두 진실은 아니다.
"추억"은 미화되며 "악몽"은 부풀려진다.
의식과 무의식은 "사실"을 추려내고 가감해 저장시킨다.
때로 타인의 경험을 자신의 것으로 자리바꿈해가며 가공과 조작을 거쳐 완성된 기억은 사실과 허구가 뒤섞인 제3의 종이다.
25일 개봉될 심리 스릴러 "메멘토"(Memento.감독 크리스토퍼 놀란)는 기억의 허구성에서 출발한 흥미진진한 게임이다.
아내가 강간 살해된후 "단기 기억상실증"에 빠진 남자가 범인을 추적해가는 영화는 군데군데 함정과 복선을 깔아놓고 관객을 혼란에 빠뜨린다.
전직 보험 수사관 레너드(가이 피어스)는 아내가 강간 살해된후 단기 기억상실증에 시달린다.
사건이후의 모든 기억이 10분이면 소실된다.
남자는 자신의 삶을 송두리째 앗아간 범인을 찾아 복수하겠다는 일념에 불탄다.
기억이 스러진다는 치명적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남자는 기억해야할 정보들을 문신으로 남기고 미친듯이 사진을 찍고 메모를 해가며 진실을 뒤쫓는다.
남자의 주변에는 의심스런 사람들이 맴돌고 진실에 다가갈수록 의혹이 증폭된다.
이야기는 뒤집혀 있다.
주인공이 누군가를 쏘아 죽이는 영화의 첫 장면은 사실은 영화에서 벌어진 "사건"의 종결점이다.
마지막 장면을 출발점으로 삼은 영화는 폴라로이드 사진이 희미해지는 것을 시작으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다.
매 시퀀스의 첫장면이 그 다음 시퀀스의 마지막 장면으로 이어지는 식.예컨대 장면별로 1부터 10까지 번호를 매긴다면 10이후 9에서 10으로,8에서 9로,7에서 8로 이야기를 되짚어 간다.
"나는 더이상 새로운 기억을 하지 못한다"라는 레너드의 거듭되는 독백은 관객에게 주인공의 상태를 주지시키는 정보인 동시에 "반전"에 관한 의미심장한 암시다.
익숙치 않은 시간 배치속에 파편화됐던 정보들이 종합된후 드러나는 진상은 "식스센스""유주얼 서스펙트"에 견주어질만큼 전율스럽다.
가이 피어스의 연기는 감탄할만큼 자연스럽고 조 판톨리아노,캐리 앤 모스도 작품을 탄탄히 떠받쳤다.
영국출신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올해 31살의 신예.동생 조나단 놀란의 소설 구상을 듣고 두번째 작품 "메멘토"를 내놨고 평단의 상찬과 흥행을 이끌어냈다.
현재는 그의 재능을 높이 산 스티브 소더버그 감독의 전폭적인 지원아래 알 파치노,로빈 윌리엄스등이 캐스팅된 "불면증(insomnia)"을 촬영중이다.
모든 기억이 10분이라는 남자가 자신이 단기기억상실증임을 잊지 않는 등의 구멍에도 불구하고 치밀하고 정교한 시나리오는 매혹적이다.
신경을 바짝 곤두세워야 하는 퍼즐맞추기를 즐긴다면 도전할만한 영화.잊지말라.시계는 거꾸로 돌고 있으며,모든 기억이 진실은 아니다.
18세 관람가.
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