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경제정책의 정.경 분리..김중수 <경희대 경제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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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경제의 하반기 성장 예측치가 계속 하향 조정되고 있다.미국 경기는 지난 10년이래 최저 수준이고,일본의 생산도 지속적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고 있으며,독일의 기업신뢰지수도 하락하는 국제경제 환경에서 유독 우리 경제만 잘 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그러나 '중국이 우리보다 더 자본주의적'이란 평가를 우리 기업인들과 정책당국자가 내렸다는 소식은 우리를 우울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단기적 경기침체가 우려해야 할 문제의 본질이 아니란 것과,장기적으로 앞날이 밝지 않을 것이란 예감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경제전문가들은 경기회복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투자활성화가 긴요하다고 진단하고 있다.
투자의 침체가 심각한 수준이며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면 성장잠재력이 훼손돼 장기침체의 가능성마저 배제할 수 없게 된다.
최근 금융시장의 동태를 살펴보면 일본식 장기불황이 우리에게는 해당이 안된다고 단정지을 수 없게 됐다.
금리의 하락 추세가 지나치게 가파른 것도 문제인데,이러한 상황에서도 주식시장이나 기업의 투자행태가 기대하는 대로 반응하지 않는데 주목해야 한다.
우리는 언제나 동태적 성장을 이룩할 잠재능력을 지니고 있다는 것은 이젠 옛말이 된 듯 싶다.
'투자 감소'와 '건실한 경제성장'은 양립할 수 없다.
투자를 결정하는 요인으로 수익률,정부 규제,사회의 불확실성 등을 고려할 수 있다. 우선 우리 경제는 오랫동안 임금 금융 토지비용의 3고 현상과,높은 경제성장률로 특징지어져 왔다. 지금은 성장률이 낮아졌으나 비용구조 역시 낮아졌기에 수익률 하락을 어느정도 상쇄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다음으로,정부규제는 역사적으로 과도한 것으로 평가돼 왔다.
규제개혁을 꾸준히 추진해 왔으며,OECD 가입노력을 계기로 국제기준에 상응하도록 정부규제를 개혁했다.
IMF위기 극복과정에서 공적자금의 투입으로 정부 개입이 불가피하게 늘어난 측면이 있으나 전반적으로 국제규범이 통용되는 추세로 변해가고 있다.
한편 우리 사회의 불확실성은 증대했다고 볼 수 있으며,이것이 투자부진의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과거에는 안보 등이 사회불안의 전통적 요인으로 지칭됐으나,이제는 시장경제 원칙과 상응하게 사회의 제도나 정책이 운영되느냐가 체제의 불확실성을 결정하는 요인으로 간주된다.
국내기업인 투자나 외국인 투자의 경우 공히 그 나라의 제도나 정책이 시장경제 원칙에 상응한다는 판단이 전제돼야 미래에 대한 투자를 적극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이다.
의료개혁,교육평준화,주5일 근무제 도입 등 생산적 보다는 형평적 측면,따라서 사회주의적 성격이라는 비난의 대상이 됐던 사회정책을 도입하는데 집중적으로 노력하는 사회에서 투자가 증대될 것을 기대할 수는 없는 것이다.
시장경제원칙과 어긋난 정치적 고려에 의한 경제정책 결정은 언제나 부작용을 유발하게 마련이다.
최근 정치인들과 장관들의 정책협의회가 개최된 바 있다.
실질적 진전이 없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눈에는 참석한 정치인들이 어떤 시각과 식견을 갖고 국가경제를 논의할 수 있을 것인가가 더 궁금했다.
예를 들어 민주화를 위해 투쟁했다는 경력을 내세우는,또는 붕당체제에 충실한 정치인이 개방경제에서 재정정책이 어떠한 효과를 나타내는지의 논의와,경기부양을 위해 10조원 규모의 재정자금을 동원해야 하는지의 결정에 왜 참여해야 하는지를 알 수가 없다.
우리나라 정책결정의 특이한 제도적 관행이 당정협의다.
과거 권위주의적 정부에서는 정치인의 역할이 제한적이었기 때문에 이러한 제도의 문제점이 크게 부각되지 않았지만,민주화가 진전될수록 정치인의 입김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우리 경제체제의 불확실성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정·경분리 원칙을 준수하고,이를 위해 당정협의 관행을 없애겠다고 선언하는 것이 일책일 수 있다.
경제정책 만큼은 경제전문가에게 맡김으로써 시장경제 원리에 어긋나는 정치적 목적에 의한 정책운영의 위험성을 배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여름 밤의 꿈인가.
chskim@kh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