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회복기미를 보이던 주가가 다시 하락하면서 많은 투자자들이 실의에 빠져들고 있다. 해외에서도 20년에 걸친 '증시 호황'이라는 잔치가 끝났다고 한다. 미국의 경우 GDP(국내총생산)의 3분의1이,그리고 전세계적으로도 7조달러에 해당하는 주식가치가 사라졌다. 국내에서도 코스닥이 버블폐해의 장본인이거나 주범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경우가 있다. 주가의 급등락에 따른 많은 투자자의 손실,불공정거래 횡행,발행기업의 코스닥시장 파트너십 결여,공시 및 투명성 문제 등 개선해야 할 문제가 있지만,증권시장 특히 코스닥시장과 경제와의 관계를 바르게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선 세계적으로 자본시장의 위상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미국의 경우 기업금융의 반은 주식발행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나머지는 반반씩 채권발행 및 은행차입으로 이루어진다. 자본시장에서는 대규모자본이 급속히 유출입될 수 있기 때문에 조달자본의 단기성 변동성 등의 부정적 위험요소가 있긴 하지만 긍정적 측면이 더 크다. 자본시장은 시장구성원들의 향후 경제에 대한 전망 및 자신감 또는 위험 등을 즉각적이고 계속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시가조정기능(marking-to-market)을 통해 반응한다. 말하자면 자본시장은 '경제성장의 원동력'이며 '위기예방 시그널'이라고 할 수 있다. 1998년 49개국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증권시장의 규모 및 유동성과 경제성장 사이에는 강한 양의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와 달리 은행의 경우 보유자산의 시장에 의한 가치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경기침체기에 부실채권을 대량 보유한 은행이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다는 것이 세계 각국의 경험이다. 우리의 선택은 무엇인가. 한마디로 자본시장과 코스닥에 정책적 노력을 경주하는 것 뿐이다. 지난 2∼3년 간 코스닥을 통해 IT 등 새로운 산업이 발흥할 수 있는 기반이 조성됐다. 또 시장을 통한 경쟁원리를 체득할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졌으며,주가·주주중심 경영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이루어졌다. 우리에겐 벌써 1만개가 넘는 벤처기업이 있으며,벤처위기론이 확산되는 요즘도 월 4백개사 이상의 창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반성해 본다면 우리시장은 기업재무구조 개선위주로 운영돼 왔으며,거래중개기관 보호위주로 커왔다고 할 수 있다. 동네 구멍가게도 손님의 신뢰를 잃으면 끝장이다. 불공정거래 근절,배당제도 개선,공시제도 강화,회계의 투명성 제고 등 기본적인 투자자 보호를 강화해 나가면서 보다 직접적으로 주식·코스닥 투자가 여타 금융자산 운용보다 유리한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배당과 관련된 기업 및 투자자 양쪽에 대한 세제상 인센티브,장기보유에 대한 인센티브,불공정행위 신고에 대한 포상제도,허위공시에 대한 집단소송제의 폭넓은 도입 등 모두가 자본시장과 코스닥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전제돼야만 가능한 정책적 장치다. 주가면에서 어려운 것은 사실이나 우리나라 자본시장의 역사라는 관점에서 볼 때 지금은 분명히 전환기라고 생각된다. 몇가지 예를 들어보면 회계 공시 등 투명성이 화두가 되고 있으며,주가를 경영실적으로 평가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또 배당성향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으며,시가배당을 하는 기업도 증가하고 있다. 무엇보다 불공정거래에 대한 인식이 판이하게 달라지고 있다. 종래에는 불공정행위가 드러난 경우라도 시장영향을 우려해 사법당국이나 증권 당국이 쉬쉬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이제는 주가조작으로 번 것보다 훨씬 많은 벌금을 매기기도 하고,허위재무제표를 작성한 CEO나 회계사에게 사기죄를 적용해 2∼5년간 감옥에서 보내도록 판결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상황의 변화보다 인식의 문제다. 자본시장의 육성이,코스닥의 정상적 발전이 한국경제 도약의 유일한 대안이라는 재인식이 중요하다. 우리나라에는 다른 나라에 없는 강한 벤처정신을 가진 기업인들이 많다. 이런 자원을 최대로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 이제 모두 '코스닥의 미래가 한국의 미래'라고 믿자. ............................................................... ◇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