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 로봇"이란 특이한 전략으로 사원 한 사람당 연간 20억원씩을 벌어들인 놀라운 기업이 있다. 컴퓨터 저장시스템을 공급하는 대인정보시스템(대표 김한중)이 바로 그 회사다. 이 업체는 사원이 겨우 96명인데도 올해 매출을 2천1백억원으로 잡았다. 이는 국내 우량 중소기업들보다 1천%(10배)나 높은 매출목표다. 이 매출목표는 허풍이 아니다. 이미 지난 상반기에 7백90억원의 실적을 올렸다. 이것은 지난해 같은기간에 비해 2백44%나 늘어난 실적. 요즘 정보기술(IT)분야의 경기침체로 전세계 IT분야에서 하루 20만명의 인력이 빠져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유독 대인정보만은 이런 호황을 누린다. 서울 여의도 미래에셋빌딩 9층에 있는 조그마한 기업이 도대체 어떻게 이런 성장세를 기록할 수 있을까. 그야말로 수수께끼중 수수께끼다. 그러나 이 수수께끼를 잘 풀어보면 크게 세 가지 해답이 나온다. 첫째 이 회사는 경영조직이 일반기업과 전혀 다르다. 언뜻 보기엔 라인식 조직이지만 거래상대방에 따라 매번 조직을 바꿔버린다. 사내에선 이를 두고 '변신 로봇'형 조직이라고 부른다. 수요기업의 조직이 선단(船團)형이라면 자사조직을 선단형으로 바꾸고,수요기업이 편대(編隊)형이라면 이쪽 조직을 편대형으로 짠다. 다시말해 수요기업의 구매결정자가 담당이사 연구소장 공장장 구매부장등 네 사람이라면 이쪽에서도 그 레벨에 맞는 네 사람의 '변신로봇'을 구축한다는 얘기다. 따라서 이 조직은 상대방의 정보를 다양하게 입수할 수 있고 현장에서 구매자가 원하는 조건을 즉시 수용할 수 있다. 김한중 대표는 "이같은 조직탄력성이 대인정보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분석한다. 이런 조직 변신으로 차장의 연봉이 이사 연봉보다 많은 경우가 허다하다고 설명한다. 두번째의 해답은 이 회사가 아이템을 잘 선택했다는 것이다. 현재 대인정보가 영위하는 아이템은 컴퓨터 대용량 저장 솔루션(EMC Storage). 그동안 각종 저장 데이터가 글씨 위주에서 이미지와 동영상 위주로 바뀌면서 이 대용량 저장시스템 시장이 급격히 팽창했다. 이 회사가 공급하는 금융전산망(EBS 2000)도 은행대형화 추진 등에 힘입어 수요가 급격히 늘어났다. 덕분에 성장세를 누리게 됐다. 그러나 이런 아이템을 공급하는 기업은 대인정보 이외에도 참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회사만 급성장한 것이다. 그 해답이 세번째 수수께끼를 푸는 열쇠다. 셋째 이 회사는 공급한 시스템에 문제점이 발생했을 때 무조건 '내 탓이오'를 선언한다. 실제 금융기관이나 통신업체에 전산망을 구축하는데는 여러 기업들이 함께 참여한다. 그런데 문제점이 발생하면 참여업체들은 대부분 남의 잘못으로 돌리고 발뺌하기에 바쁘다. 그러나 대인정보는 무조건 '내 잘못'이란 걸 인정하고 제일 먼저 현장에 달려간다. 바로 이런 세 가지 숨은 전략 덕분에 이 회사는 이미 한국통신등 5개 무선통신업체와 조흥은행등 5개 은행에 대규모 시스템과 솔루션을 납품했다. 대인정보는 앞으로 △모바일인터넷 통합시장 △중국 CDMA시장 △인도네시아 패키지사업 등에 본격 진출할 계획이다. 이 분야에서도 '변신로봇'은 현장에 맞는 전략으로 상대방의 요구를 즉시 충족시켜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02)3775-3110 이치구 전문기자 r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