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원인 뭐냐..." .. "수출침체" "투자부진" 갑론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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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화일로를 치닫고 있는 국내 경기침체 원인을 놓고 정부와 학계에서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경기 침체 원인 논쟁은 "처방전"에 대한 우선순위 논란으로 연결되는 것이어서 경제계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세계 경제 침체로 인한 "수출 부진"을 근인(根因)으로 보는 쪽에서는 "내수 진작을 위한 재정 확대"를 최우선 정책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반면 "기업투자 부진"을 보다 근본적인 경기부진 요인으로 보는 전문가들은 "규제완화"가 더 시급한 과제라고 주장한다.
정부는 일종의 "양다리 걸치기"를 시도하고 있다.
대외환경 악화를 주요인으로 보면서도 경기대책은 규제완화 쪽에서 찾고 있다.
"내수부양"을 외치고 있기는 하지만 본격적인 재정확대를 시도하지 못하는 소위 딜레마에 빠진 상황이다.
◇ 수출부진이 원인 =반도체를 포함한 IT산업이 세계적인 침체국면에 빠져들면서 수출이 급감, 경기침체를 가속화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지난달 수출이 전년동기대비 20%나 줄면서 투자와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 홍순영 경제동향실장은 "세계경기 침체로 인한 수출 부진이 경기 침체의 근본원인"이라며 "해결책은 수출이 잘 되는 길 밖에 없다"고 말했다.
IT산업의 사이클이 하강국면으로 접어들었기 때문에 세계 경기가 되살아날 때까지 경기 침체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경기 침체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재정확대나 수출지원 확대는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조동철 연구위원은 "정부가 재정지출을 늘릴 경우 내수시장이 확대돼 수출부진으로 인한 충격을 어느정도 흡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 투자부진이 원인 =수출부진이 경기침체의 요인이긴 하나 기업의 투자활동이 제대로 안되는 것이 더 큰 문제라는 지적이다.
부채비율 2백% 적용이나 총액출자한도 제한, 30대그룹규제 등으로 기업들이 투자를 늘리고 싶어도 그렇게 할 수 없고 결국 투자부진으로 이어지면서 경기침체가 심화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서울대 경제학과 표학길 교수는 "지금의 경기침체는 경기 순환적인 불황이 아니다"며 "수출부진보다 설비투자 격감이 불황을 장기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업의 투자 여력과 투자심리 회복을 도모하는 근본적인 정책이 가장 합당한 경기부양책"이라며 "출자총액제한이나 채무보증금지 등을 완전히 철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정부 입장 =어느 한쪽을 쉽사리 선택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기업규제를 모두 푸는 것은 구조조정을 완전히 포기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고 부처간 이견조정도 쉽지 않다.
국가채무를 고려하지 않은 국채발행도 고려하지 않고 있다.
그러다보니 가능한 방법은 추경예산과 불용예산 등 10조원을 조기집행하는 한편 기업규제완화도 시도하겠다는 어중간한 계획이다.
재경부 임영록 정책조정심의관은 "출자총액제한이나 부채비율 2백%를 한꺼번에 없앨 수는 없다"며 "기업쪽에서 나오는 얘기중 합리적인 것을 수용하면서 문제를 풀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