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틈새'...세계경제 복고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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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기불황으로 세계경제에 '복고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값싼 노동력을 찾아 개도국으로 향하던 제조업체들이 선진국으로 방향을 선회하는가 하면 신경제 분야에서는 '큰 것이 아름답다'는 '구경제' 논리가 득세하고 있다.
역전의 구경제 최고경영자(CEO)들도 속속 경영일선에 복귀하고 있다.
◇신·구경제 복고바람=닷컴기업들의 붕괴가 잇따르고 있지만 '신경제중 구경제'로 통하는 소프트웨어 업계는 잘 나가고 있다.
독일 SAP및 소프트웨어,프랑스의 다솔시스템,비즈니스 오브젝트 등 유럽 4대 소프트웨어업체의 경우 지난 2·4분기 매출이 14%(전년동기 대비) 늘었다.
인터넷상에서도 '작은 것'은 취약해지고 있다.
주피터미디어 매트릭스에 따르면 지난 3월 현재 인터넷 이용자의 60%가 14개 대형 웹사이트만을 방문한 것으로 집계됐다.
2년전 1백10개에 비해 대폭 감소한 수치다.
e뮤직 MP3닷컴 마이플레이 등 온라인 음악사이트들은 차례로 기존 오프라인 업체들에 인수됐다.
구경제인 제조업분야에서도 변화가 일고 있다.
특히 전자 의료장비 등 최첨단 분야의 기업들은 선진국등 고임금 국가에서 고용을 늘리고 있다.
지난해 서유럽에서 엔지니어링 분야의 고용은 0.6% 증가한 7백60만명을 기록,오랜만에 증가세를 보였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이와 관련,제조업계의 선진국 회귀는 각종 엔지니어링 제품이 점점 더 정밀함을 요구할 뿐만 아니라 고임금 국가에서 제조된다는 점이 마케팅에도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돌아오는 CEO=구경제를 일궜던 '역전의 용장'들도 위기에 빠진 기업의 구원자로 복귀,세계경제의 복구바람에 가세하고 있다.
15년간 미 에너지업체 엔론을 키웠던 케네스 레이(59) 전 회장은 최근 CEO로 복귀했다.
올해초 자신이 발탁했던 제프 스킬링에게 자리를 넘겼던 그는 주가폭락 등 악재가 쌓이자 다시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지난달 하니웰의 CEO로 선임된 로렌스 보시디의 복귀는 한편의 드라마다.
1991년부터 9년간 얼라이드시그널의 CEO를 맡았던 그는 자사가 하니웰에 합병되면서 지난해 자리를 떠나야 했다.
그러나 GE의 하니웰 인수가 무산되고 실적악화까지 겹치면서 이사회가 보시디를 다시 찾았다.
PC업체인 게이트웨이의 창업자 테드 웨이트는 작년 1월 CEO자리를 제프 웨이츤 사장에게 물려주고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그러나 PC매출이 급감한데 위기감을 느낀 웨이트는 올들어 복귀했다.
애플의 공동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권력투쟁에서 밀려났다가 어려워진 회사의 구원군으로 복귀한 케이스.루슨트테크놀로지의 헨리 샤흐트도 마찬가지다.
오광진·조재길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