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기술 발달로 프랑스의 휴가 풍경이 변하고 있다. "바캉스를 위해 사는 사람들"이란 농담이 있을 정도로 프랑스인들에게 여름휴가는 누구도 방해할 수 없는 절대적인 것이다. 하지만 인터넷 보급이 확대되며 '바캉스 신성불가침' 가치관이 흔들리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기관 입소스(Ipsos)의 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올 여름 휴가에 휴대용 PC를 챙겨 가는 사람 수가 80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특히 이는 기업체 간부사원들 사이에 두드러진 현상이다. 즉 휴가 중에도 회사업무를 본다는 뜻이다. 중간 간부급 이상은 어디서 휴가를 보내든 비상시에 대비해 휴대폰과 노트북 컴퓨터를 들고 가도록 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이들의 상당수는 휴가지에서 밀린 업무를 챙기고 고객 메일을 처리한다.일 도구가 옆에 있으니 자연히 일에 손이 간다는 것이다.심지어 호텔 수영장 비치테이블에서 사내 데이터뱅크에 접속해 출근한 것과 같이 일을 한다.그렇다고 PC를 챙겨 떠나는 바캉스객 모두가 원격업무를 보기 위해서 만은 아니다. 휴가기간중 사내 정보 단절을 우려해 회사 인트라넷에 연결하는 유형도 있다.또한 생활의 정보화 습관으로 하루라도 인터넷 접속을 하지 않으면 정서적으로 불안해하는 중독형 휴가객도 꽤 있다. 인터넷의 생활화가 비단 프랑스인들의 바캉스 패턴만을 바꾸는 건 아닌 듯하다.미국의 빌 게이츠 역시 인터넷 없는 휴가는 상상할 수도 없다.2년 전 빌 게이츠는 로빈슨 크루소식의 휴가를 즐기기 위해 가족과 함께 브라질의 아마존 정글을 찾았다. 다시 오고 싶을 정도로 아마존 숲에 매혹됐지만 하루도 넘기지 못하고 '인터넷 금단현상'이 나타났다. 하루 객실료가 1천달러를 넘는 특급호텔이지만 아마존 오지라 인터넷 접속이 안되는 것은 물론 휴대폰조차 터지지 않았다. 다음 해 여름 빌 게이츠는 그 호텔에 최신형 컴퓨터와 인공위성 안테나를 기증 설치하고 난 후에야 휴가가방을 챙겼다. 세상과 단절되는 악몽을 또 다시 꾸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올 여름 프랑스에선 빌 게이츠처럼 휴양지 호텔 예약에 앞서 인터넷 사용을 확인하는 새로운 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파리=강혜구 특파원bellissim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