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제조업의 경영인프라'에 대한 한국경제신문의 설문조사 결과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기업들이 고(高)임금 노사분규 정부규제 등 주로 국내요인 때문에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 기업환경이 개선되지 않으면 "제조업 공동화"와 그에 따른 고용불안.수출감소라는 심각한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설문에 응한 70개 기업중 해외 생산비중을 확대하겠다는 업체는 42개(60.0%)에 달한데 비해 국내 생산을 늘리겠다고 대답한 기업은 18개(26.5%)에 그쳤다. 이러한 추세라면 국내 생산기반은 갈수록 약해질 수밖에 없다. 생산설비의 해외이전 및 해외현지공장 신증설 바람은 섬유와 전자업종에서 특히 거세게 불고 있다. 섬유의 경우 응답업체의 80.0%가 이미 해외생산 확대에 들어갔거나 계획중이라고 대답했다. 노동집약도가 다른 산업에 비해 높은 만큼 임금이 싼 국가로의 설비이전도 많을수밖에 없다는 것. 회사별로는 효성 신원 코오롱 등이 아시아지역 현지공장의 신증설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공장이 없는 일신방직도 북미지역에 생산거점을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익명을 요구한 섬유업체의 한 관계자는 고임금과 노사분규 때문에 신설업체들의 경우엔 본사를 아예 외국에 세우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전기전자.컴퓨터 업종도 75.0%가 해외생산을 확대할 계획인 것으로 조사됐다. 게다가 25%는 국내 생산을 축소하겠다고 밝혀 국내 첨단산업 기반의 약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한국의 간판기업인 삼성전자의 경우 기존 해외 공장의 증설과 국내 생산시설의 이전을 동시에 고려하고 있다. 해외에 공장을 신설할 경우 중국이 우선 대상이다. LG전자도 해외생산 비중 확대를 검토중이다. 우선 투자지역은 역시 중국이다. 국내에선 비용절감을 위해 제품 일부를 외부 전문기업에 위탁생산할 계획이다. 중국시장을 겨냥하고 있는 삼성전자나 LG전자와는 달리 삼보컴퓨터는 남미지역에 신규 투자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전자나 섬유업종 뿐만이 아니다. 기계.조선(66.7%)이나 제약(60.0%)은 물론 소재산업인 석유화학업체(54.5%)들까지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실례로 광케이블 등을 생산하는 일진은 국내공장을 폐쇄하거나 타사제품 위탁생산 전문공장으로 돌리고 자사 제품은 중국에서 생산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금호타이어도 3년 안에 중국공장을 증설한다는 계획이다. 호남석유화학과 동양엘리베이터 역시 해외 현지생산에 나서는 방안을 적극 고려하고 있다. LG화학은 해외 생산비중이 이미 60%선으로 높은데도 외국의 수입규제를 피하기 위해 기존 해외 공장의 증설을 검토중이라고 응답했다. 전경련 관계자는 이와관련, "글로벌 경제시대인 만큼 해외생산 확대는 자연스런 현상이다. 외국의 수입장벽을 넘기 위해서도 해외현지 생산은 필요하다. 하지만 국내에서 기업하기가 어려워 설비를 외국으로 옮기거나 해외현지 공장을 신증설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고 지적했다. 장기적으로 국내 산업기반의 붕괴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규제해제 노사불안 해소 등 적극적인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그는 강조했다. 손희식.김용준 기자 hssoh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