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하이테크 3龍'...그 현장을 가다] (上) '중국 中關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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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산업단지가 국부(國富)의 발원지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 중국 대만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국가에 첨단 산업단지 조성 열풍이 불고 있다.
한국에서는 최근 판교에 이어 시화 간척지에도 대규모 벤처단지 조성이 추진되고 있다.
벤처육성촉진지구와 테크노파크까지 합치면 전국토가 첨단 산업단지로 뒤덮일 판이다.
주변국도 첨단 산업단지를 육성하지만 한국과는 다른 공통점을 갖고있다.
중국의 중관춘(中關村), 대만의 신주(新竹)단지, 말레이시아의 MSC(멀티미디어슈퍼코리더) 등 저마다 간판급 단지가 있는 것.
균형 성장보다는 성공 모델을 만들어 확산시켜 나간다는 전략이다.
베이징 국제공항에서 택시를 타고 시내 쪽으로 25㎞를 달리면 중관춘이란 표지와 마주치게 된다.
중국 최대 전자상가, 최다의 고급 두뇌, 제조 단지가 만나는 거대 복합 산업단지로 들어서는 것.
먼저 PC 관련 제품을 파는 상점들이 즐비한 거리가 눈에 들어온다.
전자상가와 벤처기업 사무실이 복합된 한국의 테크노마트형 빌딩들이 속속 생겨나면서 이 곳의 기업 생태계를 바꿔 놓고 있다.
하이룽(海龍)빌딩 1∼5층은 전자상가.
PC와 부품을 구입하려는 사람들로 연일 북적댄다.
중관춘 관리위원회 쉬윈(徐云) 박사는 "중국에서 PC 관련 제품의 45%는 중관춘에서 팔린다"고 말했다.
시장의 변화를 빨리 읽을 수 있는 곳이라는 얘기다.
빌딩 위층에는 IT(정보기술) 기업들이 둥지를 틀고 있다.
빌딩 관리회사의 황젠셴(黃建憲) 경리는 "1백여개사가 입주했다"며 "런민(人民)대학까지의 허름한 상점들이 이같은 빌딩들로 교체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빌딩 20층에서 내려다본 중관춘은 곳곳에 크레인이 솟아 있어 거대한 공사장을 방불케 했다.
전자상가와 대학 및 연구기관 밀집지역을 합쳐 하이뎬위안(海淀圓)이라 부르며 중관춘 산업단지 면적의 96%를 차지한다.
중관춘은 5개 지역(3백55㎢)으로 나뉘지만 실제로는 하이뎬위안이 중관춘으로 통하는 이유도 그래서다.
중관춘에는 8천6백여개 첨단 기업(정부 인가 기준)들이 입주해 지난해 24조원을 웃도는 매출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등 외국 기업도 1천4백여개사에 이른다.
"외국 기업은 중국 시장과 인력을 얻기 위해 중관춘에 온다"(중국과학원 추화성(邱華盛) 경리)
중관춘은 중국에서 고급 두뇌가 가장 많이 밀집된 곳.
칭화대 베이징대 등 68개 대학과 2백13개 연구기관이 40만명에 이르는 고급 인력과 첨단 기술을 제공한다.
젊은이들의 창업 열기는 더욱 뜨겁다.
원베이다컴의 여성 최고경영자인 저우원(周雯.32) 대표는 지난 99년 칭화대 창업경진대회 우승자.
작년초 칭화대 MBA를 졸업하고 창업보육센터에 입주한 그는 "상품 광고를 소비자 PC에 자동으로 뜨게 하는 아이디어를 사업화했다"고 말했다.
중국과학원은 중관춘을 산업단지로 탈바꿈시킨 주역.중관춘 1호 벤처기업으로 통하는 선진기술복무는 이 연구기관의 천춘(陳春) 연구원이 지난 80년 창고에서 만든 기업.
중관춘에서 과학원 출신이 창업한 기업은 3백여개.
지난 88년 중국의 1호 국가급 첨단산업 단지로 지정된 중관춘은 제조단지까지 포함한다.
중관춘 관리위원회 빌딩 1층에 들어서면 하이뎬위안 북서쪽으로 조성중인 IT제조 생명공학 신소재 등의 분야별 단지 조감도가 첫눈에 들어온다.
제조단지 조성은 "연구 중심인 일본 쓰쿠바 단지의 실패를 철저히 분석"(중관춘 관리위 류샤오민(劉小民) 국제협력본부장)한데 따른 것.
중관춘의 부상은 자연발생적인 입지에 사회주의식의 강력한 지원이 더해진 '작품'이다.
올해초엔 중관춘 조례를 시행,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법으로 보장했다.
거주 이전이 제한된 중국에서 베이징시의 호적을 얻는건 특혜이지만 이 지역 대학 졸업생이 이 곳의 첨단 기업에 취업할 때는 즉시 베이징 시민이 될 수 있다.
이종일 KOTRA 베이징 무역관장은 "중관춘에 대한 정부의 집중적인 지원은 쑨원(孫文)의 아이디어를 덩샤오핑(鄧小平)이 1980년대 광둥(廣東)의 선전(深土川)과 90년대 상하이의 푸둥(浦東) 개발에 활용한 선구론과 맥을 같이한다"고 말했다.
중관춘을 다른 52개 첨단단지의 모델로 육성한다는 얘기다.
원(元) 명(明) 청(淸)을 거치며 정치·행정도시로 자리잡은 베이징.중관춘이란 날개를 달고 대륙의 국부를 창출하는 성장 엔진으로도 웅비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베이징=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