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배우 이대근씨가 4년만에 안방극장을 찾는다.


이씨는 20일부터 방송되는 MBC 새 아침드라마 '보고 싶은 얼굴'(월∼토,오전 8시25분)에서 부동산 졸부 이태봉 사장 역을 연기한다.


그는 97년 SBS 시트콤 '아빠는 시장님'을 끝으로 TV출연을 중단했다.


하지만 당당하면서도 여유있는 모습과 걸걸한 목소리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다.


"'보고 싶은 얼굴'은 다소 무거운 분위기의 정통 멜로드라마입니다.


제가 맡은 것은 극에 재미를 줄 수 있는 할아버지 역입니다.


최근 드라마 속의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이 너무 뻔뻔스럽거나 그저 소모품처럼 묘사될 때가 많아요.


하지만 이 드라마에선 젊은이 못지 않는 멋있는 사랑을 하는 할아버지를 연기할 것입니다"


'보고 싶은 얼굴'은 교통사고로 기억상실증에 걸린 한 기혼여성이 새 남자를 만나 결혼한 후 기억을 되찾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드라마의 내용은 슬픈편이지만 이씨가 맡은 역은 슬퍼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나름대로 인생을 즐기면서 살려는 노인이다.


이씨는 오랜만에 연기를 하는 것이 부담되지 않느냐의 질문에 "37년을 연기하면 눈이 카메라렌즈로 변하는 직업병에 걸립니다.


모든 세상이 무대처럼 보이지요.


삶이 연기이고 연기가 곧 삶이 돼서인지 별로 부담스럽지 않습니다"라고 대답했다.


그는 요즘 드라마들에 대해 우리 사회의 전통적인 가치를 담기보다는 세속적인 욕망만을 담고 있다며 비판했다.


그는 "과연 부모들이 자식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서 볼 수 있는 작품이 몇개나 될지 의문스럽다"며 "공중파를 통해서 방송되는 드라마만큼은 현대인들의 정신적 공허를 채워주는 예술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씨는 연예계에서 '자식농사'를 잘 지은 것으로 유명한다.


지난 82년 그의 부인과 세딸들은 미국으로 건너간 후 지금까지 그 곳에서 살고 있다.


첫째와 둘째 딸은 약학박사 학위를 받은 후 미국식품의약청(FDA)에 근무하고 있고 셋째는 대학에 다니고 있다.


길 덕 기자 duk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