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 생명과학 나노기술 문화콘텐츠 환경공학 등 5개 차세대 유망산업의 기술개발과 연구시설 확충을 위해 오는 2005년까지 10조원의 예산을 투입하기로 한 정부계획은 긍정적으로 평가할만 하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우리경제의 새로운 성장엔진으로 부각되고 있는 이들 분야를 지원하기 위해 정부가 앞장서 투자를 확대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고 본다. 특히 중국경제의 급성장으로 산업경쟁력을 위협받고 있는 우리 입장에서는 이들 유망산업의 집중적인 육성이 어느 때보다 시급한 형편이다. 그러나 차세대 성장산업을 키워야 한다는 당위성은 우리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이 모두 인정하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중요한 것은 과연 얼마나 실효성 있는 시책이 뒷받침되느냐는 점이다. 과거에도 정부가 야심적인 청사진만 제시하고 이렇다할 후속조치가 없었던 적이 많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이런 시각에서 볼때 관계당국은 다음과 같은 몇가지 점에 유의해야 할 것이다. 우선 지원예산의 확보방안을 꼼꼼히 따져 봐야 한다. 10조원이라는 금액이 워낙 큰데다 5개 유망산업 지원예산을 향후 몇년동안 연평균 22%씩 늘린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막대한 재정적자가 누적돼 있고 최근에는 경기마저 크게 악화된 형편이라 지원예산 확보가 어려울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럴수록 지원예산 확보를 위한 관계부처간의 긴밀한 협의와 세부계획 검토가 선행돼야 마땅하다. 예산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적절한 '선택과 집중' 전략을 마련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과제다. 정부의 전체 연구개발(R&D) 지원예산에서 차세대 유망산업 지원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올해 29.1%에서 2005년에는 43.2%로 늘어나게 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민간기업과 중복투자를 피하기 위한 노력이 더욱 절실하다. 정부는 이같은 사태를 예방하기 위해 활용범위가 넓고 파급효과가 크지만 성공여부가 불투명하고 개발자금이 많이 드는 핵심 연구과제들을 선정하는 작업부터 서둘러야 할 것이다. 연구개발 자금을 투명하게 배분하는 일도 신경써야 할 대목이다. 몇몇 유력인사들이 국책 연구과제 선정이나 지원예산 배분을 좌지우지한 사례가 적지 않았고 이때문에 갈등과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과거의 잘못을 이번에도 되풀이해서는 안될 것이다. 단기성과에 집착한 나머지 질적인 측면보다 양적인 지표에만 매달리는 관료적인 행태도 지양해야 함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