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전국시대 어느 시절의 이야기다. 당시 오나라 왕은 고집이 세고 싸움을 무척 좋아했다. 강력한 군대만 믿고 끊임없이 이웃나라들을 침략했다. 전쟁때문에 민생은 도탄에 빠졌다. 이때 소유자라는 대신이 왕의 고집을 막을 방도를 궁리했다. 소유자는 매일 새총을 들고 왕궁 후원을 배회했다. 우연히 이를 발견한 왕이 물었다. "그대는 무슨 일로 매일 후원을 돌아다니는가" 소유자가 대답했다. "참새를 잡기 위함입니다.매미가 울면 사마귀는 매미 잡는데 정신이 팔려 뒤에 참새가 있음을 잊어버리지요.참새 또한 사마귀에만 신경 쓰느라 사냥꾼이 제 몸을 노리는 걸 방비하지 않습니다" 당랑포선(螳螂捕蟬)이란 고사성어는 여기서 나왔다. 긴 안목없이 눈앞의 이익이나 재미만 좇는 경우를 일컫는 말이다. 올들어 백화점들은 매출부진을 만회하려고 경품행사에 열을 올리고 있다. 경품행사를 곰곰 씹어 보면 소비자와 백화점은 사마귀와 참새의 꼴은 아닌가 걱정이 앞선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속설처럼 공짜로 주는 경품도 나중엔 부메랑이 돼 부작용을 낳게 마련이다. 경품행사를 벌이는 이유는 단 하나. 매출을 늘리기 위해서다. 행사에 드는 비용은 나중에 소비자들에게 떠넘겨진다. 상품값이 오른다는 뜻이다. 값이 오르면 소비자가 선뜻 구매하길 꺼리게 된다. 그러면 업자는 이런 매출부진을 돌파하려고 또다시 공짜선물을 뿌린다. 이 과정에서 백화점은 입점업체들을 쥐어짜게 된다. 매출은 다소 늘어나지만 이익을 내기는 더 어려워진다. 경영압박을 자초하는 셈이다. 소비자들도 갈수록 지갑이 홀쭉해지는 손해를 입는다. 쇼핑중독자도 양산된다. 쇼핑중독자는 사회공동체의 부패를 촉진하는데 일등공신이다. 이들의 쇼핑욕구를 만족시키려면 한정된 수입외에 무언가가 필요하기 때문. 합리적 소비자들과 검소한 사회기풍이 넘쳐나는 나라들은 대체로 부패지수가 지극히 낮다. TV홈쇼핑 업체에 옷을 주문한 소비자의 20%가 물건을 반품할 정도로 충동구매율이 높은 나라의 미래가 밝을 수는 없는 일이다. 사마귀나 참새처럼 행동하는 소비자들은 가족만 힘들게 하는게 아니라 사회 전체를 어둡게 만든다.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