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핑계...경기 '逆착시론' .. 정부일각 "산업생산 증가"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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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의 추락이 한국 경제를 실제보다 과도하게 비관적으로 보게끔 만든다는 소위 '역착시(逆錯視)'론이 산업자원부 한국은행 KDI 등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과거 호황기때 반도체 활황이 경기를 과대평가(착시)하게 만들었다면 지금은 정반대 상황(역착시)"이라는 주장이다.
한은은 세계 각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비교할때 중국 인도를 빼면 한국이 가장 높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엄연히 주력산업인 반도체를 제쳐놓고 경기를 진단하는 것은 한쪽 눈을 가리고 보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반도체는 수출비중이 11%, GDP(국내총생산) 기여율이 6∼7%에 달한다.
다만 반도체 착시(또는 역착시)가 커지면서 경기대책도 줄곧 혼선을 빚어온 점은 분명히 문제라는 지적이다.
◇ "반도체 빼면 괜찮다" =통계청은 6월중 산업생산(-2.7%)을 발표할때 반도체를 제외한 수치를 유독 강조했다.
반도체가 16.1% 격감했지만 나머지 산업은 오히려 2.3% 증가했다는 것이다.
산자부도 6개월째 수출감소를 반도체 부진으로 설명한다.
지난달 수출이 전년동월대비 29억달러(20.0%)나 줄었지만 감소액의 절반(15억달러)은 반도체 수출감소분이라는 것.
반도체 가격은 작년 이맘때의 10분의 1 수준이다.
1백28메가D램 가격은 작년 7월 개당 17.74달러에서 올 7월엔 1.74달러로, 64메가D램은 8.8달러에서 0.92달러로 급락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강봉균 원장 지시로 반도체로 인한 통계상 착시가능성을 분석중이다.
◇ 경기 오판했다 =1.4분기만해도 반도체 생산은 전년동기대비 28.4%나 급증했다.
그 덕에 여타부문에서의 1.8% 생산감소에도 불구하고 전체생산은 5.0%의 증가세를 유지했다.
4월(10.2%) 5월(3.8%) 반도체 생산증가율도 여타 산업의 두배를 웃돌았다.
정부는 이때까지만해도 반도체를 핑계삼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달말 반도체로 인해 망가진 통계수치(6월 생산, 7월 수출)를 보고서야 정부는 재정지출 확대, 콜금리 인하 등 뒤늦게 부산을 떨었다.
경기하강은 연초부터 뚜렷했는데 5월까지 반도체 덕에 그런대로 괜찮다고 착각한 것이다.
한 연구소 관계자는 "정부당국이 반도체 변수를 간과한 채 상반기내내 '경기바닥 점치기'로 허송한 것은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꼬집었다.
진념 부총리와 전철환 한은 총재도 최근엔 '하반기 회복론'이 착오였음을 시인하기에 이르렀다.
◇ 성장률은 세계 3위? =2.4분기 경제성장률은 2.8% 안팎으로 추정된다.
한은은 이같은 성장률이 중국 인도에 이어 아시아권 3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미.일.유럽 등 선진국은 물론 동구 중남미의 경기추락에 비춰 사실상 세계 3위권인 셈.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도 한국의 올 성장률이 3.3%로 중국(7.5%) 인도(5.8%)에 이어 아시아 세번째로 전망했다.
경쟁국인 대만(-2.4%) 싱가포르(-0.9%) 등이 줄줄이 마이너스 성장으로 추락한 것에 비하면 생각보단 덜 나쁘다는 얘기다.
오형규 기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