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벤처캐피털 업계의 양대 산맥인 KTB네트워크와 한국기술투자가 현장 지휘자를 교체하고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다지고 있다. KTB네트워크는 벤처캐피털의 "맏형"으로서 역할을 다할 것임을 강조했다. 한국기술투자는 "회려한 부활"을 외치며 선두자리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KTB네트워크와 한국기술투자의 지휘봉을 새로 잡은 백기웅 대표(부사장)와 이정태 대표(사장)는 각각 침체된 벤처경기에 힘을 불어넣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KTB네트워크의 백 대표는 권성문 사장이 미국 현지법인 회장으로 나가자 지휘봉을 잡았다. 한국기술투자의 이 대표는 창업자인 서갑수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면서 지난 3일 공식적으로 사장에 취임했다. 현재 KTB네트워크와 한국기술투자는 각각 베인&컴퍼니와 아더 앤더슨으로부터 경영진단을 받고 있다. KTB네트워크는 이를 바탕으로 국제화 전략에 가속도를 붙일 계획이다. 한국기술투자는 경영진단 결과가 나오는 대로 중장기 비전 수립에 들어갈 예정이다. KTB네트워크는 창립 20주년인 올해를 글로벌 원년으로 선포하고 2010년까지 세계 최고의 벤처캐피털로 거듭난다는 청사진을 마련했다. 백 대표는 "내부 경영프로세스와 투자기업의 경영을 글로벌 기준에 맞추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시장에 안주하지 않고 해외로 눈을 돌리겠다는 것이다. 백 대표는 또 "스피드 경영"을 강조했다. 결재도 담당 팀장 임원 대표이사로 기존의 6단계에서 4단계로 축소했다. 벤처캐피털은 변화가 급격하게 일어나는 곳이며 그 변화를 빨리 파악하고 새로운 수익원을 발굴하는데 "스피드"가 중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백 대표는 벤처캐피털 업계에서 입지전적인 인물로 불린다. 그는 1999년 미래와사람 이사에서 KTB네트워크의 상무로 옮겼다가 2년만에 KTB네트워크의 CEO가 되는 초고속 승진으로 주목을 받았다. 지난 연말 국내 닷컴기업 최고의 거래(딜)로 평가받은 옥션과 이베이 외자투자 유치를 성사시킨 주인공들중 한명이다. 한국기술투자의 이정태 대표는 취임하자마자 투명 경영 시스템과 책임경영 체체를 유난히 강조했다. 이는 서갑수 회장이 지난 3월말 역외펀드 문제 등으로 인해 검찰의 조사를 받았고 이로 인해 실추된 한국기술투자의 이미지를 바꾸어 놓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기존 사내 기구였던 감사위원회를 페지했다. 대신 상근 감사제도를 도입, 감사기능을 강화하고 감사결과를 경영의 중요한 지표로 삼을 것임을 천명했다. 내부통제 및 위험 관리시스템을 보완해 대외적으로 신뢰성을 확보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한국기술투자는 침체된 분위기를 일신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벤처기업에 투자키로 했다. 상반기에 2백38억원을 투자했지만 하반기 투자목표는 4백50억원 규모다. 이 대표는 "1973년 대우그룹에 입사해 18년 동안 수단과 프랑스 등에서 근무한 해외 경험이 한국기술투자의 세계화에 크게 일조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이 대표는 한국기술투자 대주주인 서 회장과 서울대 화학공학과 동창 사이다. 김문권 기자 m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