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귀족들 족보와 조선의 안동 권씨 족보는 어떻게 다를까. 광주 이씨의 묏자리를 옮길 만큼 사활이 걸려 있었던 세종의 묘와 이집트 미라가 묻힌 땅의 성질은 왜 비슷한가. 프랑스에서 열역학및 유체이동 연구로 과학국가박사 학위를 받은 이종호(53)씨가 새 책 "과학이 있는 우리 문화유산"(컬처라인,1만3천원)을 펴냈다. 첨성대와 에밀레종,고려청자,김치,메주 등을 다뤘던 "현대과학으로 다시 보는 한국의 유산 21""세계 최고의 우리 문화유산"의 속편격이다. 한국 문화유산의 우수성을 과학적으로 재조명해온 그는 이번 책에서 족보와 풍수지리,판소리,민화,토종개 등 수많은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든다. 전세계적으로 우리나라 족보의 가치가 가장 크게 인정받는 이유는? 유럽 귀족의 족보가 작위를 받은 가문 위주로 구성된 것에 비해 우리 족보에는 모든 가계 구성원들이 다 들어있다는 점이다. 개인의 생몰시기와 관직,호,묘지 위치,자녀 관계까지 상세히 기록돼 있어 사적인 문서가 아니라 역사적인 자료로서의 가치를 인정받는다는 얘기. 그는 이른바 "명당"의 토양이 산성보다 중성에 가깝다는 사실도 알려준다. 달걀을 묻어놓고 76일만에 꺼냈을 때 전혀 상하지 않은 실험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닥나무로 만든 우리나라 한지가 방망이로 두드리는 공정과 독특한 표면가공기술 때문에 가장 긴 수명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도 일깨워준다. 이씨는 자신이 쓴 공상과학소설 "피라미드"를 곧 영화와 게임,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할 예정이다. 관련 기술의 특허까지 보유하고 있는 그로서는 "돈"이 좀 들어오면 전통문화 유산에 대한 탐구에 더욱 주력할 생각이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