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읽으며 총각 선생님을 짝사랑했던 순수한 여고시절. 하지만 대부분의 중년여성들에게 꿈많았던 이 시절은 하루하루 치열한 삶 속에서 아련한 추억이 돼 버린지 오래다. 다음달 2일부터 방송되는 SBS 새 주말시트콤 '여고시절'(일,오후 9시50분)은 80년대 초반 고등학교를 다녔던 30대 중후반 여성들의 다양한 삶을 다룬다. 이 시트콤에는 '조폭'들도 벌벌떠는 여검사(임성민),학창시절 선생님과의 결혼에 성공한뒤 체형미 교실을 운영하는 억척주부(이유진),처녀인척 행세하며 카페를 운영하는 이혼녀(이주희) 등 서로 다른 삶을 살아가는 여고동창생들이 나온다. '여고시절'은 방송시간 한시간 가운데 전반 30분은 여고시절의 모습을,후반 30분은 현재 이야기를 다룰 계획이다. 이를 통해 매회 주인공들의 과거와 현재 모습을 대비해 시청자들로부터 공감을 얻어낸다는 것이 제작진의 의도다. 이상훈 PD는 "여고시절엔 비가 내리면 시를 생각해냈던 여성들이 이제는 빨래부터 걱정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 시트콤을 기획하게 됐다"며 "386세대를 주시청자로 삼은 만큼 70년대 후반과 80년대에 인기를 끌었던 가수들을 특별 게스트로 출연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그는 당시 유행했던 노래들을 요즘 분위기에 어울리게 편곡해 배경음악으로 들려줌으로써 중장년층의 향수를 자극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오는 9월2일 첫 방송에는 77년 MBC대학가요제에서 우승한 그룹사운드 '샌드페블스' 6기 멤버들이 장발 모습으로 출연하고 3회분에서는 80년대 여고생의 우상이었던 전영록씨가 역시 그 시절의 의상을 입고 추억의 노래들을 열창한다. 이 PD는 "가수 김학래 구창모 등과도 출연 문제로 상의하고 있다"며 "당시 스타들과 연락하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앞으로도 계속 그리운 얼굴들을 이 시트콤을 통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시트콤은 옛 스타들과 함께 비연기자들도 대거 출연한다. 유정현 임성민씨 등 아나운서 출신뿐 아니라 수영선수 출신의 조오련씨도 스포츠센터 사장으로 나올 예정이다. 또 전 MBC앵커우먼 백지연씨도 영어선생님으로 한차례 특별 출연한다. 길 덕 기자 duk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