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 있는 한 광고회사 영업사원 그레그 스튜어트(33)가 집을 사려고 모아둔 돈은 모두 2만5천달러. 지난해 금리가 한창 오를때 은행 머니마켓펀드에 묻어두었다. 하지만 얼마전 확인해 보니 적어도 연 6~7%는 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금리가 2.83%로 내려가 있었다. 스튜어트는 당장 대안을 찾아 나섰다. 인터넷을 서핑한 결과 가장 높은 금리를 주는 곳은 캘리포니아 어바인의 웨스턴파이낸셜뱅크. 5천달러 이상을 온라인으로 예금하면 4.65%의 금리가 적용됐다. 바로 다음날 인터넷을 통해 계좌를 트고 돈을 캘리포니아로 이체했음은 물론이다. 스튜어트처럼 조금이라도 높은 금리를 찾아 나서는 사람들을 유치하기 위해 '뱅크 오브 인터넷 USA' 등 인터넷 전용 은행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예금규모에 관계없이 4.6%의 금리를 주는 캘리포니아주의 인디맥온라인은행은 "고객의 절반 이상이 타주 사람이다"(빌 호킨스 행장)고 밝힐 정도다. 미국도 이젠 초저금리시대.올 들어 한달에 한번꼴로 시행된 금리인하로 보통예금격인 은행 머니마켓펀드의 평균금리는 1.7%에 불과할 정도다. 게다가 주식시장도 계속 찬바람이 불고 있어 미국인들도 재테크에 여간 고민이 아니다. 초저금리시대의 미국인들은 크게 두가지 형태의 재테크 흐름을 보이고 있다. 첫째는 싼 금리의 자금으로 주택을 구입하거나 지금 살고 있는 집의 할부금(모기지)을 리파이낸싱하는 것. 미국인들은 통상 집을 살 때 집값의 10~20%만 내고 나머지는 20~30년 동안 원리금을 분할 상환한다. 따라서 초저금리시대인 지금 낮은 금리로 대출을 받아 과거 금리가 높을 때 계약했던 대출금을 갚는 것이다. 요즘 미국경기가 바닥을 기고 있는데도 주택매매가 활발히 이뤄지는 등 유독 주택경기만 호황을 유지하고 있고 주택 수선용품을 파는 홈디포 등의 매출이 크게 늘어나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둘째는 여윳돈을 단기로 운용하는 것이다. 경기전망이 워낙 불투명한 탓에 주식시장이나 금리가 어떻게 움직일지 모르는 만큼 금리는 조금 낮더라도 유동성이 좋은 상품에 자금을 묻어두고 있다. 맨해튼에서 약국을 경영하는 로버트 고든(49)씨는 "주식 판 돈 1백20만달러를 4.4%의 금리를 주는 은행 저축계좌에 넣어두고 있다"며 "앞으로 6개월간은 관망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실제 올들어 금리는 낮지만 항상 돈을 뺄 수 있는 은행저축계좌(세이빙 어카운트)에 시중 자금이 몰리고 있다. 올들어 7월 말까지 은행계좌에는 2천1백억달러의 신규자금이 유입됐다. 반면 지난해까지 인기를 끌었던 주식형 뮤추얼펀드는 3백60억달러 늘어나는데 그쳤다. 작년 같은 기간에는 주식형 뮤추얼 펀드에 2천3백30억달러가 몰렸고 은행저축계좌에는 6백10억달러가 들어오는 등 정반대 현상이었다. 미국인들이 자금을 단기로 운용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은행상품인 CD가 판매부진을 겪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5년짜리 CD의 경우 평균 금리가 4.69%로 저축계좌보다 훨씬 높은 편이지만 올들어 무려 3백10억달러가 빠져 나갔다. "혹시 조만간 금리가 오르거나 주가가 뛰면 어쩌나"하는 생각에 자금을 장기로 묶어두지 못하는 탓이다. 뉴욕=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