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비자금 좀 빌려 가세요" 산업은행 기업은행 등 국책은행이 기업들에 "설비자금을 좀 빌려가라"며 바겐세일에 나서고 있다. 올들어 경기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기업의 시설자금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자 금리 등 대출조건을 완화하면서 대출세일에 들어간 것. 산은은 올 초 연 9∼10%대에 달했던 설비자금 대출 금리를 최근 연 6∼8%대로 끌어내렸다. 하반기들어 급격히 둔화되고 있는 대기업의 시설자금 수요를 진작시키기 위한 것이다. 지난 20일부터는 1조원 규모의 특별 설비자금을 풀면서 그동안 대출기업이 부담해 왔던 신용보증기금(대출금의 0.2%)과 기술신용보증기금(0.1%)에 대한 출연금도 산은이 대신 부담키로 했다. 산은 관계자는 "역마진을 감수해가며 시설자금 대출 조건을 완화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산은의 올들어 설비자금 대출 실적은 지난 7월말 현재 3조3백87억원. 이는 올해 목표치 6조3천억원의 48.2%다. 기업은행 역시 올들어 수차례 금리를 떨어뜨리는 등 대출확대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기업은행의 올해 설비자금 대출실적은 1조원으로 연간 목표치 2조4천6백억원의 40%에 그치고 있다. 이처럼 설비자금 대출 실적이 부진하자 이 은행은 지난달 연 7%대의 '시장금리 연동형 시설자금 대출'을 국내 처음으로 선보였다. 이어 내달에는 일본에서 저리(低利)의 엔화자금을 차입, 국내 기업에 연 3∼4%대의 외화 시설자금을 빌려줄 계획이다. 이와 함께 대출활성화를 위해 영업점장이 본점 승인없이 자체 대출을 결정할 수 있는 시설자금 전결한도액을 5억원에서 20억원으로 높였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시설자금 대출을 독려하기 위해 매일 전 영업점을 대상으로 지원실적을 체크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