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이 1983년에 올해의 인물로 선정했던 PC가 IBM에 의해 소개된 지 20년이 됐다. PC가 우리 생활에 미친 혁명적인 변화를 재론할 필요는 없겠지만 주식시장 측면에서는 하이테크 기술 또는 신상품 도입에 따른 주요 기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열광과 그로 인한 버블의 형성, 그리고 파국의 사례 등을 살펴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된다. 애플 컴퓨터는 80년대 초반의 버블과 파동의 대표적인 사례다. 스티브 잡스가 공동 창업한 애플 컴퓨터는 IBM보다도 먼저 PC를 개발했고 80년에 공개했다. 경기회복과 애플 컴퓨터의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호응을 배경으로 애플컴퓨터의 주가는 82년 7월 주당 2.7달러에서 1년 후인 83년 6월에는 14.9달러로 4백52%나 급등했다. 같은 기간 나스닥지수의 상승률은 90%에 지나지 않았으니 애플컴퓨터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을 가늠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회사의 주가는 불과 5개월 후에 최고치 대비 67%나 떨어져 기술주의 버블이 얼마나 허무하게 사라지는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98년 하반기 연준(FRB)의 금리 인하에 따른 세계적인 유동성 장세와 2000년 Y2K 문제에 대응한 컴퓨터 부문의 지출 증가를 배경으로 애플컴퓨터의 주가는 99년 초부터 지난해 3월까지 9백77% 급등했다. 그러나 애플의 주가는 금년 4월까지 1년여 사이에 79% 하락해 다시 80년대 초반의 상황이 재현됐다. 한편 중간 판매상을 거치지 않은 PC 판매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델컴퓨터의 주가는 96년 1달러 선에서 출발해 4년여 만에 무려 57배나 상승했다가 71% 하락해 버블이 소멸되는 과정이 매우 유사했다. PC 가격 급락에 따른 채산성 악화와 대량 해고에 따른 비용지출로 지난 2.4분기에 순손실을 기록한 델컴퓨터는 올 3.4분기 전망도 불투명할 것으로 예측돼 지난 주말 나스닥 지수 하락의 직접적인 요인이 됐다. 특정 분야 또는 기업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과 투자자들의 비이성적 열기로 버블이 나타나고 버블이 꺼져 가는 과정에서의 주가 하락은 매우 비슷한 형태로 나타난다. 예를 들어 83년 6월의 주가 수준을 회복하는데 약 4년이 걸린 애플컴퓨터와 지난해 3월의 최고치에서 급락한 델컴퓨터의 현재까지의 주가 움직임은 상당히 일치하고 있다. 계절적 요인 등에 의해 PC 경기가 4.4분기에 일시 회복한다고 해도 전세계적인 IT 산업의 불황과 PC 보급을 감안하면 주요 기업들의 실적 호전과 주가 상승은 상당기간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PC 탄생 20주년이 되는 이 때에 주식시장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난 버블을 상기하면서 투자자들은 이제 IT 또는 전통산업이라는 접근에서 벗어나 해당 기업의 안정적이며 지속적인 수익 창출력 여부를 가장 중요시해야 할 것이다. 김석중 < 교보증권 상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