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을 넘자...비상경영 리포트] (2) 보스턴 컨설팅..가치창조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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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업위기돌파 처방 (가치창조경영) ]
이병남 < 부사장 >
요즘처럼 경제가 어려울 때마다 기업들은 허리를 졸라매고 감량경영과 구조조정에 몰두하게 마련이다.
전반적인 세계경제 침체상황에서 국제화된 기업조차 보수적인 접근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다운사이징(downsizing)을 능사로 알고 있다.
그러나 과연 이런 접근으로 현재의 난국을 타개하고 기업의 장기적인 생존을 확약할 수 있을까?
한국기업 리더(오너 및 최고경영자)들중 상당수는 70-80년대 고도성장기에 단련받은 사람들이다.
이들은 전방위적인 추진력은 갖췄지만 현재 한국기업의 절대과제인 "선택과 집중"에는 낯설다.
기업이 '선택과 집중'을 하려면 최고경영자(CEO)가 새 비즈니스 흐름을 똑바로 보는 안목을 가져야 하고 창의적인 발상을 할 줄 알아야 한다.
하지만 고도성장기에 비즈니스 일선을 누볐던 기업리더 중에는 그런 훈련을 받아본 사람이 드물다.
개인적인 능력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그럴 기회를 갖지 못했다.
이들은 통제와 지시 중심의 기업문화, 팀워크, 헌신적 업무태도, 신속한 업무처리 등을 통해 큰 업적을 쌓았지만 이제는 이런 방식이 더이상 통하지 않게 됐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사실 그동안 대부분의 한국기업인들은 확고한 전공선택없이 전방위적인 사업확장에만 힘써 왔다.
상대적으로 자산, 자본, 인력 등 생산요소의 효율적인 배분에는 소홀할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경직된 기업 조직,높은 물류 비용과 외부기술 의존도 등에 부딪혀 재무구조 문제까지 겹치게 됐다.
이제 기업들은 수익성 개선을 위해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고 있고 자산과 자본 및 인력의 생산성 향상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이런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고 과거에도 불황기엔 써먹었던 도구들이다.
지금 이 시점에 경영자들에게 요구되는 것은 수익성이 가장 높은 분야가 무엇인지를 확실하게 짚어내서 집중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능력과 안목과 결단력이다.
이것을 못해내면서 축소경영만을 능사로 아는 최고경영자는 장기적으론 그 자신이 기업의 걸림돌이 될 것이다.
◇ 델과 SAP의 교훈 =IBM, 휴렛 팩커드, 컴팩에 이어 세계 4위를 달리고 있는 컴퓨터 제조업체인 델 컴퓨터의 사례에서 한국기업인들은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이 회사는 지난 5년간 연평균 1백% 이상의 놀라운 주주가치 증가율을 기록했다.
주주들에게 1백배에 가까운 이익을 환원했다는 얘기다.
한국 거래소 상장기업의 같은 기간 주식가치 수익률이 평균 0.01%였던 것을 감안하면 델 컴퓨터의 성과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 회사가 창조한 부가가치의 절반 이상은 투자 효율성이 높은 분야에 대한 투자를 증대시킴으로써 얻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델 컴퓨터는 운전자본(working capital)의 효율적인 관리와 더불어 온라인 주문생산으로 94년 32일이었던 재고 자산 보유 기간을 동종업계 최고 수준인 평균 6일로 단축시켰다.
소매 체인 판매를 하는 경쟁 업체들이 평균 50일간 재고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과 가격 변동이 심한 컴퓨터 관련 제품의 재고 위험을 고려한다면 엄청난 비용절감이 아닐 수 없다.
또한 델 컴퓨터는 웹사이트를 이용한 직접 판매는 물론 부품 공급업체와 온라인으로 데이터를 공유하는 주문생산 방식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로 향후 전체 매출의 50%를 온라인에서 올리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런 투자는 시장의 발 빠른 요구에 대응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주었다.
델 컴퓨터와 함께 세계 제4위의 소프트웨어 공급업체인 독일 SAP사도 성장투자를 통해 매출을 급속히 향상시키면서 수익성을 안정적으로 확보해 나가는데 성공했다.
특히 전사적자원관리시스템(ERP) 분야에서는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데 다음 순위의 경쟁 업체 5개사 시장점유율을 합친 것보다도 높은 시장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SAP의 성과에 더욱 주목하는 이유는 후발 경쟁업체의 도전으로 인한 주가하락과 성장둔화의 어려움을 딛고 일어선 점이다.
전문성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응용력이 뛰어난 후발 소프트웨어 업체로부터 시장을 잠식당할 우려가 현실화되면서 SAP의 주가는 98년 이후 하락했다.
그러나 SAP는 이런 위기상황에서도 자사의 모든 연구개발(R&D) 자원을 새로운 과제에 투입해 왔다.
그러면서 ERP 이외에도 고객 인터페이스나 공급업체 통합 프로그램 등을 잇달아 내놓으며 위기를 정면 돌파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이러한 투자로 SAP은 급변하는 소프트웨어 시장에 탄력적으로 대응해 나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데 성공했다.
◇ '가치창조'만이 살길 =델 컴퓨터와 SAP의 경우는 요즈음 감량경영을 추구하고 있는 한국기업에 또 다른 방법론인 '가치창조경영'을 제시해 주고 있다.
감량경영이 단기적 해결방안이라면 새 성장투자는 장기적으로 기업의 나아갈 길임에 분명하다.
지난 몇년간 구조조정을 통한 자산생산성 향상에 힘을 기울인 유럽 기업들에 비해 미국 기업들은 같은 기간 동안 상대적으로 성장투자에 더 많은 비중을 두어왔고 생산성과 경쟁력면에서 유럽 기업들에 비해 우위를 차지한 것은 국내 기업들에 소중한 교훈이 될 것이다.
물론 80년대를 거치면서 미국기업들은 이미 구조조정을 통한 일정 정도의 수익성 개선에 성공한 후였다.
그러나 성장투자로 이를 극대화시키지 못했다면 미국 기업들의 경쟁우위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불황기를 맞은 한국기업들도 구조조정의 초점을 '무조건적인 축소'에 맞춰서는 안된다.
불합리하고 저효율 부문에 분산된 기업의 역량을 수익성이 높은 핵심 사업군에 재배치하는 '선별투자'를 해야 한다.
'마른걸레를 또 짠다'는 식으로만 나가면 기업이 도산되는 위기는 넘길지 몰라도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기업으로의 재탄생은 기대하기 힘들다.
국내 기업들에 옥석을 고를 줄 아는 안목과 수익성 높은 분야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다.
동시에 새 성장분야를 이끌어갈 인재를 발탁하고 전면에 포진시켜 조직에 새 기풍을 부여하는 것도 최고경영자의 몫이다.
[ 정리=기획취재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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