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의 장중 등락에 의해 원화 환율이 동행하며 공급 우위의 장세를 반영했다. 미국의 금리인하라는 이벤트를 앞두고 조심스런 행보를 이었으며 달러/엔 환율외에 시장을 지배할 만한 요인은 없었다. 22일 환율은 미국 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인하 여부와 그 폭에 따른 달러/엔의 안착 지점이 관건이며 달러/엔의 추가 하락에 따라 1,270원대에 재진입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될 전망이다. 2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날보다 2.30원 낮은 1,283.80원에 마감, 최근 이틀간의 상승세를 접고 하향 조정세를 보였다. 개장초 1,289원을 고점으로 기록한 환율은 줄곧 오름폭을 축소하며 하향 곡선을 그렸다. 지난 이틀과 이날 개장 중반까지의 오름세로 매수(롱)플레이에 나섰던 참가자들은 달러/엔의 121엔 상향돌파 시도가 접히자 보유물량을 털어냈다. 시장 방향이 불확실한 데 대한 자신감이 결여됐음을 보여줬다. ◆ 금리인하의 기대 효과 = 일단 시장은 더듬이를 미국의 금리인하 폭에 맞추고 있다. 이미 25bp(0.25%포인트)는 시장에 반영된 것으로 인식되고 있으나 인하폭이 더 커질 경우에 대비하고 있다. FOMC의 금리 인하가 단기적으로 국내외 증시와 달러/엔을 자리이동 시킬 것으로 보인다. 위쪽으로는 물량부담이 여전함을 확인한 상황에서 아래쪽으로 외환 당국 개입의 경계감은 뚜렷하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25bp 금리인하는 이미 시장에 반영된 것으로 보여 금리인하에 의해 특별히 방향을 잡기는 어렵다"며 "오늘 1,280원에 접근하면서 마감했기 때문에 정책적 매수세가 큰 폭의 하락을 제한하는 상황에서 아래쪽으로 갈 수 있는 여지는 많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위로 방향을 가질 만한 요인도 없어 내일 거래는 1,280∼1,287원을 예상하고 있다"며 "수출부진 만회를 통해 경기 진작을 꾀하는 상황에서 재경부의 환율방어 의지가 강한 반면 물가 불안감은 희석돼 1,280원에 대한 경계감은 지속될 것"으로 분석했다. 외국계은행의 다른 딜러는 "금리인하 결정에 따른 달러/엔의 방향에 연동해 내일 환율은 결정될 것"이라며 "달러/엔이 밀리고 있는 것으로 봐 추가 하락의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내일은 1,278∼1,280원 수준까지 내려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최근 실수 물량이 크게 줄어 장이 얇은 상황이 지속되다보니 국책은행을 동원한 환율 하락을 저지하는 일이 용이한 상태다. 크지 않은 물량으로도 경계감을 심어주기에 충분하다는 분석이며 시장 참가자들도 이같은 상황을 충분히 고려하고 있다. ◆ 미국 금리 인하를 기다리며 '조심조심' = 달러/엔 환율의 조심스런 상승세는 금리 인하 결정을 앞두고 지속되지 못했다. 달러/원도 자연스레 이같은 흐름의 영향권내에 편입됐다. 달러/엔은 오후 5시 8분 현재 120.42엔을 가리키고 있다. 개장 초만 해도 120.90엔까지 올라서며 121엔 상향돌파를 시도했던 달러/엔은 미국의 금리인하 결정을 기다리면서 서서히 하락했다. 이날 일본 재무성의 시오카와 재무상과 구로다 국제담당차관과 시오카와 재무상이 구두 개입을 통해 엔화를 지지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시장은 별 다른 동요를 보이지 않았다. 전날 뉴욕장에서 달러/엔은 넉달째 오름세를 보인 경기선행지수 영향으로 달러화가 힘을 얻으며 120.72엔에 마감한 바 있다. 역외세력은 NDF정산관련 역내 매물을 흡수하는 정도의 매수세를 보였을 뿐 대체로 관망세를 보여 환율에 대한 방향성이 없음을 입증했다. 업체들은 저가 결제수요를 보이기도 했으나 달러/엔이 추가 상승을 않자 물량을 공급했다. ◆ 환율 움직임 및 기타지표 = 환율은 전날 역외선물환(NDF)환율이 거래없이 호가만 형성된 채 1,287/1,288.50원에 마감했으나 개장초 달러/엔이 120.80엔대로 오름세를 탄 것을 반영, 전날 마감가보다 2.90원 오른 1,289원에 출발했다. 그러나 레벨 부담감에 따른 물량 공급과 AIG와 현대투신 외자유치 협상 타결 임박 등의 소식이 오름세를 꺾으면서 10시 15분경 1,286.50원까지 내린 뒤 주로 1,286원선에서 횡보하다가 장 막판 달러/엔을 따라 1,287.20원으로 오전 거래를 마쳤다. 오전 마감가보다 0.10원 낮은 1,287.10원에 거래를 재개한 환율은 개장 직후 달러/엔의 하락전환을 빌미 삼아 1시 41분경 1,286.30원으로 오전중 저점을 깼다. 환율은 전날 마감가보다 소폭 오른 수준에서 지지부진한 흐름을 잇다가 2시 47분경 1,286원을 기록, 내림세로 전환해 저점 경신에 나서 3시 16분경 1,284.80원까지 흘렀다. 이후 주로 1,284원선을 거닐던 장 막판 손절매도가 강화되며 이날 저점인 1,283.80원으로 마감했다. 장중 고점은 1,289원, 저점은 1,283.80원으로 하루 변동폭은 5.20원이었다. 국내 증시의 외국인은 거래소와 코스닥시장에서 각각 608억원, 8억원의 매도 우위를 기록했다. 나흘만에 주식 순매도로 돌아섰으나 환율에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다만 지난주 금요일 순매수분 1,209억원중 일부가 달러 공급 요인으로 작용, 개장초 환율 상승을 억제하는 구실을 했다. 이날 현물 거래량은 서울외국환중개를 통해 15억3,940만달러, 한국자금중개를 통해 6억9,660만달러를 기록했다. 스왑은 각각 3억3,050만달러, 1억3,220만달러가 거래됐다. 22일 기준환율은 1,286.10원으로 고시된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